(서울=조중동e뉴스)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비웃듯 죄를 짓고 해외로 달아나는 범죄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년간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도망친 사범만 1,500명이 넘는 가운데, 이들의 주된 도피처는 과거 미국에서 최근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범죄자들이 숨기 좋은 나라’라는 오명을 막기 위해선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이들을 반드시 국내로 송환해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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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인천공항 (영종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10.2
‘범죄자들의 신흥 파라다이스’로 떠오른 중국·동남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해외로 도피한 기소중지 사범은 총 1,559명에 달한다.
이들의 행선지를 분석한 결과, 과거 최고 선호지였던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326명(20.9%)으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미국(14.0%), 베트남(8.6%), 필리핀(8.2%), 태국(6.3%) 순이었다. 특히 중국행 비중은 2021년 17.5%에서 올해 상반기 23.7%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22.8%에서 11.2%로 급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도피하는 범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 14.9%에 불과했던 동남아행 비중은 올해 28.3%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비교적 저렴한 물가, 비자 발급의 용이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허술한 현지 법망을 악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도피 사범 10명 중 4명 이상은 서민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사기(28.7%)**와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마약(13.5%) 범죄자인 것으로 드러나 분노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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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하는 박준태 의원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2025.2.27
‘솜방망이’ 송환 실적…국제공조 강화 시급
문제는 이들을 국내로 데려와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과정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뉴시스 등 다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5년간 해외로 도피한 1,559명 중 국내로 송환된 인원은 약 3분의 1 수준인 55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0여 명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해외 어딘가에서 호의호식하며 법망을 비웃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동남아 국가들과 공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더라도 현지 사법당국의 비협조나 복잡한 절차 탓에 송환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준태 의원은 “국제 범죄는 실시간 대응이 관건”이라며 “특히 우리 국민 교류가 많은 중국·필리핀·태국 등 현지 사법당국과의 공조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신속한 송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더욱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 범죄수익은닉 자금 동결, 여권 무효화 조치를 넘어 현지 당국과 공조해 불법체류자로 강제 추방하는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해외로 튀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뿌리 뽑고, ‘지구 끝까지 쫓아가 처벌한다’는 무관용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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