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중동e뉴스) 통일부가 장기간 활동이 없는 ‘휴면’ 비영리법인 21곳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지난 7월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 이번 조치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대표로 등재된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표로 기재된 통일전략연구원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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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기관상징 [통일부 제공]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허가 취소에 있지 않다. 이들 단체가 과거 정부 보조금을 받았는지, 실질적 활동 없이 ‘명의 유지’만으로 공적 자금을 수령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실제로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은 2014년 통일부의 민간 통일운동 활동지원사업에 선정돼 보조금을 지급받은 기록이 확인됐다. 이는 공적 자금이 ‘유령 법인’에 흘러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통일부 소관 비영리법인은 500여 곳에 달한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관리·감독이 유예되면서 상당수 법인이 사실상 ‘휴면’ 상태로 방치됐다. 이번에 한꺼번에 21곳이 퇴출된 것은 이 같은 관리 공백의 후폭풍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행정 정비를 넘어,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 보조금이 사실상 활동하지 않는 단체로 흘러갔다면, 이는 회계 부정·세금 낭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직 고위 인사의 이름이 걸린 단체라면 ‘명의만 내세운 법인’ 의혹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통일부와 재정 당국은 ▲국고보조금 집행 내역 전수 공개 ▲법인 회계 및 최근 5년간 활동 실태 점검 ▲명의 이용 및 실질 관여 여부 조사 ▲부정수급 확인 시 보조금 환수 및 형사 고발 검토 ▲사후 감시 체계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휴면 법인 정리가 아니라 공적 자금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경고음이다. 국민의 혈세가 ‘이름만 걸어둔 조직’에 흘러간 흔적이 있다면,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과 제도적 개선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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