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중동e뉴스=국제) 국제유가가 ‘공급 과잉’이라는 그림자에 갇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가능성이 대두된 데다 미국의 원유 재고까지 증가했다는 소식이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으며 배럴당 60달러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현지시간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2.1% 급락한 배럴당 60.48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1.9% 내린 64.11달러를 기록하며 동반 하락했다. 이로써 국제유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정책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오는 5일 정례회의를 앞둔 OPEC+가 기존의 감산 기조를 완화하고 증산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OPEC+가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외로 증가한 점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치를 넘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급 과잉 우려를 더욱 키웠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리서치 기관 HFI리서치는 "미국의 석유 재고는 연말까지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재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OPEC+가 수출 물량을 늘린다면 유가 약세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의 둔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다만, 유가 안정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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