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한국서 온 작은 벌 한마리…유럽 회양목 운명을 바꿀까
스위스·독일 야생 회양목 군락서 맵시벌 정착 확인

방제 수단 없던 유럽에 "자연적 억제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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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양목명나방 [CAB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우연히 유럽으로 향한 한국 기생벌이 멸종 위기에 놓인 유럽 야생 회양목을 구할 희망이 되고 있다.

국제농업생명과학연구센터(CABI)와 서울대 공동연구팀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CABI 농업 및 생명과학'에 한국 기생벌인 맵시벌이 유럽에 유입되면서 회양목의 천적인 회양목명나방에 기생하며 '천연 생물학적 방제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양목은 울타리 등 정원수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식물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유입된 침입종인 회양목명나방은 유충이 새로 나는 가지에 거미줄을 치고 그 속에서 잎을 갉아 먹는다. 피해를 심하게 받은 나무는 일부분이 마르다 결국에는 말라 죽게 된다.

연구팀은 "유럽에서는 야생 회양목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방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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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양목명나방 유충 [CAB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지난해 6월 스위스 바젤 한 식물원에서 표본을 수집하던 중 맵시벌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으며, 분석을 통해 한국 회양목에서 채집한 표본과 같은 종이라는 걸 확인했다.

맵시벌은 다른 곤충에 산란한 뒤 번식하는 방식으로 기생하며 해충 개체수 조절에 큰 역할을 한다.

유럽에서는 처음 유입이 확인된 것으로 연구팀은 수년 전 회양목이 동아시아로부터 들어오는 과정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들어온 맵시벌은 이미 유럽에서 정착하며 회앙목명나방을 공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북서부 지역과 독일 남서부 지역에서 기생 상황을 분석한 결과 이 맵시벌류가 회양목 정원과 야생 회양목 군락 모두에서 잘 자리 잡았음을 확인했다.

야생 군락에서 기생률은 독일에서는 68%에 달했고, 스위스는 32%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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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유입된 맵시벌 [CAB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이런 사례가 해충 천적을 의도치 않게 도입해 침입종을 생물학적으로 제어하는 사례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루카스 제하우젠 CABI 박사는 "토착 나방은 공격하지 않고 해충을 노려 공격할지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실험에서는 유망한 결과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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