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여 울지 마세요" 외친 그의 본모습…뮤지컬 '에비타'
에바 페론의 다면적 삶 그린 성스루 뮤지컬…14년 만에 공연
해설자가 무대 위서 극 안내…탱고·록 등 다채로운 음악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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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비타' 속 에바 페론과 후안 페론의 모습 [블루스테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난 알고 있어요 / 보잘것없었던 한 여자를 이곳에 있게 해준 건 여러분 사랑이란 걸… / 아르헨티나여 울지 마세요(Don't cry for me Argentina) / 날 믿어줘요…."
아르헨티나 새 대통령으로 후안 페론이 당선된 날, 그의 부인 에바 페론이 그들을 지지하며 모여든 민중에게 호소한다. 에바는 약속대로 재단을 설립해 자선 사업을 하고 여성 참정권을 도입하는 데 기여하는 등 소외된 자들을 위해 애썼다.
한편으로 에바는 재단을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적인 반대 세력을 탄압했다. 그는 성녀인가, 악녀인가.
지난 7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신화적 인물 마리아 에바 두아르테 데 페론(1919∼1952)의 삶을 그렸다. 제목 '에비타'(Evita)는 에바의 애칭으로 '귀여운 애바'라는 의미다.
극 중 에바가 부르는 넘버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로 유명한 이 작품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만든 전설적인 두 창작진 콤비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곡가와 팀 라이스 작가가 제작해 1978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1980년 미국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했다.
국내에서는 2006년 라이선스(외국에서 창작된 작품 판권을 수입해 제작) 형태로 초연했고 2011년 재연을 거쳐 14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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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비타' 속 에바 페론의 모습 [블루스테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비타'는 사생아 출신의 에바가 후안 페론을 만나 영부인이 되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펼치면서, 그 삶의 여러 면모를 담아낸다. 영부인으로서 가난한 자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친 에바는 자신의 목표가 실현되면 "영원한 사랑은 없다"며 애인을 바꿔치우고, 애인이 있던 후안을 쟁취한 후 후안의 전 애인에게 "학교로 돌아가 꼬마야"라며 잔인한 말을 남기는 냉혹한 야심가이기도 하다.
해설자로 등장하는 '체' 역은 에바의 이런 다면적인 삶을 담아내는 장치로써 활용된다. 체는 관객과 극 사이에서 당시 환경을 설명해주고 때로는 "(에바의 정책으로) 노동자들은 달라진 게 없다"라거나 "너도 (상류층처럼) 너 자신만 생각한다"며 에바를 논평한다. 관객은 체를 통해 극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한편, 거리를 두고 에바의 삶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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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비타' 속 체의 모습 [블루스테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비타'는 성스루(sung-through·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이 전개) 뮤지컬로서 쇼(show)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유혹적인 사랑의 순간에서는 탱고 풍의 음악이, 에바의 강한 의지가 드러날 때는 록 음악이 나오는 등 에바의 삶만큼이나 음악은 다채롭다. 대화하는 장면에서 인물마다 음악이 바뀌며 극의 분위기를 강화하는 기능도 한다.
노래부터 군무까지 무대를 꽉 채우는 앙상블의 역할도 두드러진다. 이런 앙상블과 배우들이 같이 만들어내는 1막 마지막 넘버 '새로운 세상'(A New Argentina)은 세상의 변혁을 꿈꾸는 페론 부부와 민중의 의지를 역동적으로 전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에바 역은 배우 김소현·김소향·유리아가 맡았다. 해설자 '체' 역은 마이클 리·한지상·민우혁·김성식이, 에바의 남편 후안 페론 역은 손준호·윤형렬·김바울이 연기한다.
공연은 내년 1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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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비타' [블루스테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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