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범죄 현장은 더 이상 개인적 사건이 아니다. 납치·감금·고문·보이스피싱·불법 취업 알선… 그 수법과 규모는 이미 국제 범죄 조직의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유학생 살해 사건은 단순한 치안 부재를 넘어, ‘누가 이 범죄를 움직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진다.
실제 현지에서 체포된 범인들의 국적과 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놀라울 만큼의 공통분모가 드러난다. 다수의 주범과 조직원들이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중국 본토와 연결된 자금줄, 무기 유통, 마약 밀매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중국계 범죄 카르텔’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문제는 단순히 ‘중국인 범죄자들이 캄보디아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조직의 뿌리가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가이다. 동남아시아 곳곳에 퍼져 있는 온라인 도박·보이스피싱 기지들은 단순한 범죄 소굴이 아니다. 막대한 자금이 오가고, 그 자금이 다시 중국 본토로 환류되며, 일부는 중국 공산당의 권력 구조와 결탁하고 있다는 정황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 범죄 네트워크는 애써 외면되거나, 때로는 묵인된다. 중국 당국이 진정으로 단속할 의지가 있다면, 이미 차단되었을 온라인 플랫폼들이 버젓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히려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분출시키는’ 통치 전략 차원에서, 동남아시아를 범죄의 하수구로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취약한 국가들의 법과 제도를 잠식하는 데 중국계 자본과 범죄조직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공포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더 절망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대한민국 정부의 무기력이다. 국민들이 납치당하고, 강제로 범죄에 동원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데도 돌아오는 대답은 늘 “검토 중”이다.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동안, 국제 범죄 조직은 하루가 다르게 세를 키운다. 중국이 배후라는 의혹이 점점 구체화될수록, 우리 외교는 더 강단 있는 대응을 보여야 한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국가란 무엇인가. 그것은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다. 해외에서 위협받는 국민이 있다는 사실은 곧 국가의 시험대다. 중국 공산당이 이 범죄 네트워크의 배후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의 문제이자, 인권과 정의의 문제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중국 눈치를 보며 “추진 예정”이라는 말로 시간을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고 책임을 묻는 나라가 될 것인가. 역사는 분명히 기록할 것이다.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답을 내놓았는지를.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보여줄 때다. 국민을 지키는 외교, 국민을 지키는 안보, 국민을 지키는 국가의 실존 이유를.
그리고 그 배후가 누구든, 어떤 세력이든,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정의이고, 그것이 국가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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