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치 호랑이 배지, 새로운 문화코드

뮷즈(MU:DS-museum design store)란 박물관을 지칭하는 뮤지엄과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를 합친말로 박물관에 소장중인 작품을 모티브한 굿즈를 말한다. 특히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유물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제품을 의미하기도 한다.

케데헌 열풍과 함께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국립박물관 기념품 가게, 일명 ‘뮷즈샵’ 앞은 개장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로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케데헌 열풍에 없어서 못사는 까치호랑이 배지


도대체 무슨일이 있는걸까?
마치 유명 아이돌의 한정판 굿즈를 사려는 듯한 이 현상의 중심에는 바로 ‘까치 호랑이 배지’가 있다. 배지 하나를 손에 넣기 위해 기꺼이 긴 웨이팅을 감수하는 이른바 ‘웨이팅 지옥’ 현상은, 박물관 굿즈가 더 이상 고루한 기념품이 아님을 선언하는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기도 하다.

이 작은 배지의 폭발적인 인기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단순히 예쁜 디자인 때문이라고만 하기엔 그 파급력이 심상치 않다.

첫째, 전통의 '힙(Hip)'한 재해석이다. 까치 호랑이 배지는 조선시대 민화 ‘작호도(鵲虎圖)’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호랑이는 권력자를, 까치는 서민을 상징하며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았던 이 민화는 현대의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했다. 근엄함 대신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변신한 전통 상징은, 젊은 세대에게 '고루한 역사'가 아닌 '개성 있는 트렌드'로 다가갔다. 전통이 가장 '힙'한 방식으로 리브랜딩(Rebranding)된 성공 사례인 셈이다.

둘째, 강력한 K-콘텐츠와의 결합이다. 이 배지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신드롬급 흥행이다. 애니메이션 속 인기 캐릭터가 바로 이 작호도의 호랑이와 까치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배지는 단순한 굿즈를 넘어 콘텐츠 팬덤이 열광하는 상징 아이템이 되었다. 콘텐츠가 브랜드를 만들고, 팬덤이 곧 시장이 되는 새로운 문화경제의 탄생인 것이다.

셋째, 소장 가치와 희소성이다. 연일 품절 사태가 이어지면서 배지는 구하기 어려운 '레어템(Rare Item)'의 지위를 얻기까지 했다. 온라인 예약판매까지 마감되면서 현장에서 '오픈런'을 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희소성은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배지 실물 구경하기가 로또보다 어렵다”는 SNS의 후기들은 이 배지가 단순한 물건을 넘어, ‘득템’했다는 경험과 인증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까치 호랑이 배지의 '웨이팅 지옥' 현상은 한국 전통 문화유산이 현대적인 감각과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만났을 때 얼마나 폭발적인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뮷즈'는 이제 단순한 캐릭터 상품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이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통로이자, K-컬처의 진화를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탄인 것이다.

커피한잔으로 정중동을 즐기는 필자


박물관이 더 이상 '전시 공간'을 넘어 '문화 소비의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게 만든 이 작은 배지의 성공은 앞으로의 문화 콘텐츠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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