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 추억은 기다림과 시간이 빚어낸 선물이라는 것, 그리고 어두운 삶의 터널을 건너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이라는 전등이 필요하다는 믿음이다. 책이 내 삶의 등불이었다면, 추억은 내 마음의 쉼터였다.

문득 지난 시간을 떠올리면, 아련한 기억이 물결처럼 밀려와 가슴을 두드린다.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이유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그 안에는 지금의 나를 일군 씨앗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년의 기억은 내 역사를 이루는 첫 장이자, 내일을 그려보게 하는 밑그림이었다.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사소한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추억은 언제나 아릿하다. 그러나 그 서글픔 속에서도 우리는 위로를 얻는다. 이미 지나간 과거라 할지라도, 오늘의 나를 통해 다시금 불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추억은 결코 박제된 것이 아니다. 현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때로는 오늘의 희망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인생 삶을 달관하면서 파안대소하는 필자


추억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치 가마솥 밑바닥에서 누룽지가 서서히 올라오듯, 현재라는 불씨가 켜켜이 쌓이며 추억을 빚어낸다. 그렇기에 현재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것은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는 이미 지나간 역사이고, 내일은 알 수 없는 신비다. 결국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오늘뿐이다. 오늘이야말로 하늘이 내게 건네준 선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때때로 현재를 허비하고 있는 내 모습에 후회한다. 하지만 그 후회마저도 또 다른 추억의 밑거름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언젠가 오늘이 내 기억 속에서 빛나는 추억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을 정성스럽게 살아야 한다.

추억을 되새길 때 행복이 손짓하는 까닭은, 그 속에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와 미래를 살아갈 힘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금 다짐한다. 어제의 추억에 위로받되, 오늘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어, 내일 다시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되살려보자.

조영노 동일전력ㆍ이앤틱스 회장


<저작권자(c) 조중동e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