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수시로 실시하여야 한다
국정감사기간이 되면, 우리나라의 공직사회는 독특한 풍경을 맞는다. ‘감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제도가 시작되는 순간,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은 모든 역량을 ‘답변 준비’에 쏟아붓는다. 각종 보고자료가 산처럼 쌓이고, 몇 줄의 답변을 다듬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공무원들이 속출한다.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국가 행정의 동맥은 한동안 경직된다.
국회의원은 이 기간에 ‘수사관’의 위치로 자리매김한다. 집행부의 정책과 행보를 비판하고,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책을 요구한다. 이는 분명히 민주주의의 중요한 과정이자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그 방식과 구조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특정 기간을 정해 일괄적으로 ‘감사’를 몰아치는 방식이 최선인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처럼 ‘감사 시즌’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미국, 영국, 독일이나 일본 등 어느 국가에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시, 그리고 해당 사안에 맞는 방식으로 국회의 검증과 견제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오직 가을이 되면 국정감사라는 이름 아래, 한꺼번에 ‘총점검’을 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이 때문에 행정부는 “언제든 성실히 일하라”가 아니라 “감사 준비에 맞춰 일하라”는 기형적 문화를 재생산한다.
진정한 감사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지, 권력이 오만하게 흐르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목적이 형식적인 질의응답이나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된다면, 그것은 국민을 위한 ‘감사’가 아니라 정쟁을 위한 ‘무대’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라는 ‘행사’가 아니다. 오히려 상시적이고 유연한 감사 시스템이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불러내어 따져 묻고, 필요하다면 수시로 현장을 점검하는 방식이야말로 효율적이고 국민을 위한 감시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행정부는 늘 국민을 의식하며 긴장감을 유지할 것이고, 국회의 견제 또한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국정감사기간이 다가오면 늘 떠오른다. 과연 이 제도가 지금의 방식 그대로 지속되어야 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일회성 ‘퍼포먼스’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지켜주는 진정성 있는 감시와 견제다. 이제는 묻고 싶다. 정말 감사가 필요하다면, 왜 수시로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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