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 중인 '세관 마약 밀수 외압 의혹' 수사가 수사 책임자인 임은정 지검장과 의혹 폭로 당사자인 백해룡 경정 간의 정면 충돌로 인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이 갈등은 단순한 조직 내부의 불화가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그리고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이례적인 대통령의 지시와 맞물려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불안한 단면이다.
백해룡 경정의 주장은 분명하다. "현재의 합동수사팀은 사건. 은폐에 연루된 검찰·경찰 지휘부가 구성한 '불법 단체'이므로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건의 초기부터 수사 외압을 겪었다는 피해자의 절규이자, 기득권 카르텔이 만든 수사팀으로는 '마약 게이트'의 본질을 밝힐 수 없다는 근본적인 불신에 기반한다.
대통령의 파견 지시에도 불구하고 기존 팀 합류를 거부하고 별도의 수사 주도권을 요구하는 그의 태도는, '진실을 찾으려는 자'의 절박함으로 읽히기도 한다. 반면, 임은정 지검장의 방침은 '수사 윤리'와 '공정성'이라는 원칙을 강조한다.
의혹 제기 당사자를 기존 수사팀에 합류시키는 것은 '셀프 수사' 논란을 초래해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별도의 팀을 구성하겠다는 제안은 백 경정의 목소리를 담으면서도 수사 조직의 형식을 지키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는 "수사팀원들이 묵묵히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며 기존 팀에 대한 신뢰를 표함으로써, 백 경정의 '불법 단체' 주장을 반박하고 검찰 조직을 지키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충돌의 배경에 이재명 대통령의 '백해룡 파견 및 엄정 수사'라는 이례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점이다.
지지부진하던 수사에 동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였겠지만, 이는 자칫 행정부 수반이 특정 사건에 개입해 수사 주체와 방향을 지목했다는 논란으로 번지며 검찰 독립성 훼손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기도 했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두 사람의 갈등은 수사의 성패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백 경정의 요구대로 수사팀을 해체하고 주도권을 넘길 경우, 수사 독립성 논란과 함께 기존 수사 성과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임 지검장의 방침대로 별도 팀을 구성할 경우, 백 경정의 주장대로 '영장청구권 없는 손발 묶인 팀'이 되어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
이 복잡한 딜레마를 해결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다. 수사 책임자인 임은정 지검장이 백해룡 경정이 제기하는 '검경 지휘부 연루' 의혹에 대해 티끌만큼의 의심도 남기지 않을 만큼 투명하고 강력한 수사 결과로 답해야 한다.
두 사람의 진실 공방이 소모적인 정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대통령의 지시나 개인적 감정을 넘어선 '객관적인 증거'만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마약 게이트의 진실은, 지금 두 사람의 입이 아닌 수사 기록 속에 갇혀있다는게 현실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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