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조롱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상실감과 함께 깊은 씁쓸함을 남겼다.
지난 10월 13일 무소속 최혁진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일본식 상투를 튼 대법원장의 합성 사진(이른바 '조요토미 희대요시' 패널)을 공개하며 '친일' 프레임을 씌우려 한 행위는, 국회의 본분과 품격을 잊은 '조롱의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헌법상 매우 중요한 절차인 것은 분명하다. 권력기관의 부당함이나 의혹을 따져 묻고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해야 할 신성한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가는 언어와 태도는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의 무게만큼이나 품격과 절제가 반드시 요구된다. 특히 사법부의 최고 수장에게 던져진 조롱은 비판의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자해 행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대법원장을 향한 질문과 의혹 제기는 정당한 정치 행위일 수 있다.
'사법부 독립'이란 방패 뒤에 숨어 국민적 의혹 해명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 역시 일리가 있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서는 주요 재판을 둘러싼 '외압 의혹'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져야 할 핵심 쟁점이었다. 그러나 특정 판결을 근거로 '친일'이라는 낙인을 찍고, 인신공격성 합성 사진으로 조롱하는 방식은 정책적 비판이나 사법 절차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본질적인 목적을 흐트러뜨릴 뿐이다.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를 '과도한 망신 주기' 프레임에 가두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게 만들 위험이 더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행위에 대해 "이건 정말 아니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품격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는 비판과 견제를 통해 발전하지만, 그 기반은 상호 존중과 품격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사법부 역시 재판의 독립을 넘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국회가 스스로 품격을 포기하고 '조롱과 모욕'의 극장으로 변질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정치인들 모두가 새삼 알았으면 한다.
국정감사를 지켜본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난투극'이 아닌, '국민의 궁금증에 답하는 엄중한 질의'를 기대했다.
'조롱의 정치'가 삼켜버린 국회의 품격을 되찾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건설적인 논의의 장으로 돌아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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