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필 선생님은 대한제국의 정치인·언론인이자, 대한제국의 독립운동가·의사이다



최초의 미주 한인 시민권자이자 한인 의사였던 송재 서재필의 『한수의 여행(Hansu’s Journey)』은 1921년 『Korea Review』에 6회에 걸쳐 연재되었고 1922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최초의 미주 한인 영문 장편소설이다. 한일병탄에서 시작하여 3.1운동 직후까지를 배경으로 식민지 지식인의 삶과 이주사를 생생하게 증언한 점에서 한국독립운동사나 한인이주사 나아가 한국문학사를 올바로 서술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일제는 그들의 잔인성과 야만성이 드러날까 걱정하여 이 작품의 배포를 집요하게 방해한 바 있다.

『한수의 여행』은 증언 문학의 성격이 강하다. 한수는 죽포에서 서울에 이르는 여정에서 목격한 일본인의 잔인성과 조선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다. 그는 기차 정거장에서 일본인 역무원의 폭언과 일본 경찰의 폭행으로 의식을 잃는다. 일본인 판사는 심문도 없이 항변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곤장 90대에 1개월 중노동 형을 선고한다. 형기를 채웠음에도 석방되지 않다가 체포당할 때 압수당한 5원을 자기가 가져도 좋다고 하자 간수는 석방 영장을 가져다준다. 군국주의자들에 대한 증오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귀국하여 파고다 공원에서 연사의 ‘기미 독립선언서’ 낭독을 듣고, 3.1운동 가담자에 대한 무차별 폭력과 고문, 그리고 마셀라 정의 손목이 절단되고 체포되는 모습을 목격한다. 송재는 3.1운동 이후 일본 군국주의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한국의 독립을 지지하는 저술을 하면서 필라델피아의 한인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필라델피아는 독립기념관과 자유종이 있는 자유와 평화의 도시다. 대한인국민회 중앙총회는 대한민국통신부를 설립하고 송재를 외교 고문으로 임명했다. 대한민국통신부에서 발행한 『Korea Review』와 송재의 활동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통제의 목적과 유사하다. 3·1운동 2주년을 기념하는 '한인연합대회'(1921)에서 송재는 ‘기미 독립선언서’를 영문으로 낭독했고, 그의 활동은 당시 미국의 주류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한수의 여행』은 이주 문학의 성격이 강하다. 한수가 일본의 폭압과 불평등을 견디지 못하고 러시아와 미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상황이 아주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한수는 고향을 떠나는 순간부터 일본인이 점령한 조국의 모습을 보며 황국 신민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낀다. 일본인의 잔인성에 군국주의와 싸우기로 하고 그는 러시아군에 입대하였다. 러시아 이주의 배경이 바로 일제에 저항하기 위한 것임이 드러난다. 그는 만주로 가서 14개월 동안 독립운동조직을 구축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계몽시키려면 자기 자신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국으로 이주하기로 작심한다. 그는 1920년 정들었던 동포들과 작별을 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갔다. 미국에 유학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미국에 갈 수 있도록 허가장이나 여권을 발행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을 통하지 않고 미국에 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상해의 미국 영사는 친절하고 동정심 있는 사람으로 미국인 선원을 소개하여 미국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가 미국에 이주한 것은 조선의 페스탈로치가 되기 위함이었다. 조선인 동포들을 교육으로 인도하지 않으면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평등한 삶을 살 수밖에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한수의 여행』은 기독교 문학의 성격이 강한 성장소설이다. 한수는 기독교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가 감옥에서 일본의 압제로부터 구원해주십사 기도한 죄로 6개월 형을 받은 선주 장로교회 김상설 목사를 만난다. 그는 김 목사의 가르침을 받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산 증거로 입교하기를 원한다. 김 목사는 한수에게 석방되면 평양의 기독교계 학교에 입학하라고 권한다. 김 목사는 ‘하나님은 사람들 사이에 평화를 명하셨지만, 올바른 원리를 희생해 가면서 평화를 주장하지는 않으셨소.’라고 말한다. 김 목사는 평양에서 미국 선교학교를 경영하는 조세프 맨리 박사의 성명과 주소가 적힌 쪽지를 한수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김 목사의 추천으로 놀만 교장과 맨리 박사를 만나 평양신학교에 입학한다. 신학교에서 2년을 공부하고 군국주의와 싸우다가 귀국한다. 이후 놀만 교장과 맨리 박사를 대동하고 일본군 막사에 가서 고문을 당하고 버려진 기독교인인 마셀라 정을 구출하고, 만주에서 민족계몽과 선교를 하다가 미국 호놀룰루에서 그녀와 감격의 재회를 한다.

『한수의 여행』은 유일한의 『나의 한국 소년 시절(When I Was a Boy in Korea)』(1928)보다 7년, 강용흘의 『초당(Grass Roof)』(1931)보다 10년 먼저 발표된 영문 장편소설이다. 송재는 당대의 역사적 사건과 기록을 영문으로 서술하면서 기미 독립선언서 전문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실상을 알리고, 일본 제국주의의 잔인성과 야만성을 증언하기 위한 작가의 집필 의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증언문학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한수가 이주 과정에서 소년에서 민족계몽운동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주소설이면서 성장소설이다.

필자 송현호 어주대 명예교수

송현호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아주대 인문대학장, 절강대 교환교수, 서울대 객원연구원, 연변대 교환교수, 중앙민족대 석학교수, 길림대(주해) 체류교수, 남부대 석좌교수, 문학평론가협회 국제이사, 학술단체총연합회 이사, 한국현대문학회 부회장, 한중인문학회 회장, 한국현대소설학회 회장, 한국학진흥사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9년 세계인명사전 Marquis Who’s Who에 등재되었다. 현재 아주대 명예교수, 한국현대소설학회 명예회장, 한중인문학회 명예회장, 안휘재경대 석좌교수, 절강월수외대 석좌교수, 무한대 한국학진흥사업단 수석연구원, 포토맥포럼 한국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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