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일 장중 1,432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0% 대중 관세 폭탄’ 발언이 시장 불안을 자극하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1년 6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섰다.
X
환율 고공행진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강화 위협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원/달러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한때 1,432원까지 치솟았다가 상승폭을 일부 되돌렸다. 2025.10.12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0원 오른 1,430원으로 출발해 한때 1,434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5월 2일(1,440원) 이후 약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정오 무렵 환율이 1,432원선까지 급등하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긴급 공동 메시지를 내고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 쏠림 가능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 직후 환율은 1,427원대로 소폭 내려앉았다.
이른바 ‘구두개입’은 외환당국이 직접 달러를 매도하지 않고, 말로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는 방식이다.
이번 공동 개입은 지난해 4월, 중동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을 넘었을 때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 원인 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조치와 미중 통상 긴장 재점화를 꼽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에 다음 달 1일부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낸 데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중단) 장기화, 한미 관세협상 지연 등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달러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 전망
정부는 일단 직접적인 시장 개입(실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필요할 경우 단기적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한은이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의 ‘실개입’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단순한 협상용인지, 장기 통상 전략의 신호탄인지에 따라 향후 환율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정부는 단기 개입보다 시장 구조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결론
환율 1,430원 시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국제공조 강화가 없으면,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파고는 언제든 다시 몰아칠 수 있다.
<저작권자(c) 조중동e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