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미소로 답하는 필자
7년 전 신문에서 읽은 한 기사가 아직도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지적이고 고운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은희 씨. 그녀의 이름은 곧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그녀조차 비켜가지 않았다. 화려한 무대와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 뒤, 그녀는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쓸쓸히 삶을 마감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참으로 씁쓸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친자식도 부모를 외면하는 시대인데, 하물며 입양한 자식은 오죽하겠는가. 결국 자식에게 기대어 사는 삶은 허망할 수 있음을, 그 순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최은희 씨는 자신의 장례식에서 김도향의 노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장송곡으로 틀어 달라 했다고 한다. 그 노랫말 속에는 화려했던 청춘과 영광의 순간조차 결국은 바람처럼 흩어져간 허무함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김정일이 탐내어 납치까지 했던 시대의 여신도, 결국 늙음과 죽음 앞에서는 무기력한 한 인간일 뿐이었다.
돈도, 명예도, 아름다움도 결국은 모두 물거품.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노랫말처럼, 화려한 껍데기를 벗겨내면 인생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이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뼈 빠지게 살아온 세월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남은 인생은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 황혼의 길목에서,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때로는 홀로라도 즐겁게 여행하며 웃고 즐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인생이 아닐까.
나이는 속일 수 없다. 인생의 시간이 앞보다 뒤가 더 짧아진 지금, 더는 망설일 이유도, 미룰 이유도 없다. “언젠가”가 아니라 “오늘 지금”이 우리가 누려야 할 순간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이제는 자식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야 할 것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웃으며 하루를 맞이하고, 마음 맞는 이들과 소소한 기쁨을 나누며, 작은 여행 속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는 것. 그것이 황혼의 시간을 가장 빛나게 하는 길일 것이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허무함을 말하기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의미 있게, 나답게 살아가는 것—그것이 가장 지혜로운 인생의 마무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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