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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이는 핵심산업의 주도권은 언제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주체의 준비성에 따라 이동해왔다. 기술은 인류가 함께 쌓아 올린 보편적 자산이고, 어느 나라든 준비된 자가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다는 단순하면서도 엄중한 진리가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핵폭탄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였지만, 그 근본 원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의 핵분열 발견, 닐스 보어, 엔리코 페르미, 존 폰 노이만 등 수많은 세계적 과학자들의 지식이 응축된 결과였다. 하나의 무기조차 인류의 총체적 지성이 모여야 가능했던 것이다.

철강의 발전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시기 서구의 기술을 도입해 철강산업을 일으켰고, 이를 한국에 전수했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이 아닌 한국이 세계 철강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기술의 최종 도착지는 늘 ‘준비된 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반도체도 그렇다. 패러데이의 실험에서 시작해, 벨 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었고, 미국이 세계 반도체 산업의 모태를 열었다. 그러나 결국 일본을 거쳐 한국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 잡았다. 조선업 또한 마찬가지다.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국은 선박 건조의 절대 강국이었으나, 그 영광은 한국으로 이동했다.

기술은 ‘발명’이 중요하지만, 발전을 이어받아 산업으로 승화시키는 주체의 의지와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우리가 이룬 성취를 “훔쳤다”라며 자책하거나, 혹은 “우리가 원조다”라며 자만할 이유는 없다.

오늘날의 한국은 바로 그 ‘준비된 자’였다. 도입된 기술을 체화하고, 더 나아가 창조적으로 혁신하며, 결국 세계 질서를 바꾸는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성취를 일시적 성과로 소비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지혜로 전환하는 일이다.

우리가 미국을 미워하거나, 일본을 원망하거나, 중국과 러시아를 의심하는 태도만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세계 질서는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는 장이지만, 동시에 서로의 필요가 맞닿아 있는 협력의 무대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이해할 때, 그 말 속에 담긴 두려움과 희망을 읽어낼 때, 우리는 국제정세의 파도를 넘어설 수 있다.

결국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다. 기술을 받아들이고, 시대의 요구를 읽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나라만이 영광을 거머쥘 수 있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시야를 확장한다면, 미국과도, 북한과도, 중국과 러시아와도 새로운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연이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 영광이다. 그리고 그 영광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태도와 선택 속에서 자라고 있다. 어찌됐든 미래는 준비된 자의 영광이고, 세상은 만들어가는 자의 몫이다.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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