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독시'에 '나혼렙'까지…웹툰 전시회, 몰입형으로 '찐팬' 겨냥
롯데월드서 450평 규모 '전지적 독자 시점 展'…오디오북 성우 참여

참여형 이벤트로 생생함 더해…日 만화 아닌 韓 웹소설 전시 늘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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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시점: 구원의 마왕 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전시공간 딥에서 열린 '전지적 독자시점: 구원의 마왕 전' 전시 속 포토존. 2025.10.13 heev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정면과 좌우, 바닥까지 가득 채우는 4면 영상이 상영관에서 흘러나오고, 빠른 화면 전환에 생생한 성우들의 목소리에 더해지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웹소설·웹툰 세계관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듯 몰입감이 높아진다.

13일 만화·웹툰 전시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하는구나'(괴담출근) 등 인기 웹소설·웹툰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대형 전시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이들 전시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작품 세계관 속에 푹 빠져드는 효과를 노린 '몰입형'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작품의 서두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에 발을 딛는 느낌을 내는 것은 기본이다.

초대형 스크린을 활용하고, 이야기 속 주요 공간을 실물 크기로 구현해 작품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QR코드, 포스트잇 메시지 이벤트 등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인 이스터 에그(콘텐츠에 재미로 숨겨놓은 장치)도 곳곳에 숨겨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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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시점: 구원의 마왕 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전시공간 딥에서 열린 '전지적 독자시점: 구원의 마왕 전' 전시 속 QR코드 이벤트. 2025.10.13 heeva@yna.co.kr

규모 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전시공간 딥에서 다음달 23일까지 진행되는 '전지적 독자 시점: 구원의 마왕 전(展)'이다.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딥의 전시 공간은 총 1천488㎡(약 450평)다.

본편 약 550화, 외전도 380화가 넘을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전독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어울리는 크기다.

전시 초반부터 '전독시'의 대표적인 장면인 지하철 에피소드를 대형 화면에 펼쳐놨다. 밀리의서재가 만든 오디오북 속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활용해 생생함을 더했다.

이후 QR코드를 통해 관람객이 각자의 '배후성'(등장인물의 후원자 역할을 하는 극 중 설정)을 선택하도록 했고, 퀴즈를 풀면 포인트를 준다. 포인트를 많이 쌓으면 직접 쓴 메시지를 전시 공간에 띄울 수 있게 된다.

165㎡(약 50평) 규모의 별도 상영관에서 '구원의 마왕' 에피소드를 몰입형 영상으로 선보이고, '설화의 집', '이야기의 지평선', '구원의 마왕' 등 '전독시'에서 주요한 설정을 그대로 따와 전시에 녹였다.

이는 모두 '전독시'의 주인공인 김독자와 이 이야기를 읽고 기억하는 모든 '독자'를 위한 공간인 셈이다.

전시를 기획한 롯데월드 딥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일본까지 가서 여러 만화 전시회를 보고 왔다"며 "규모와 몰입 면에서 뒤처지지 않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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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출근' 전시 모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괴담출근'을 활용한 첫 전시 '어둠탐사기록 : 살아남은 자의 기록전'도 대표적인 몰입형 전시다.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에서 진행 중인 이 전시 역시 1천157㎡(약 350평) 규모를 자랑한다. 관람객이 8∼10명씩 짝을 이뤄 전시장에 들어서면, 실제 연기자가 전시 도중에 불쑥 나타나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혼렙'도 다음달 22일 홍대 덕스에서 첫 전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주인공 성진우가 E급 헌터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며, 작중 배경인 카르테논 신전, 홍대입구 던전 등을 구현할 예정이다.

전시를 모두 체험하고 나면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헌터 증명서가 발급된다.

그간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전시는 많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웹소설·웹툰 전시가 늘어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웹소설·웹툰 IP가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대표적인 방식은 팝업스토어였다.

이를 통해 팬덤의 구매력을 확인한 웹소설·웹툰 업계가 이제는 좀 더 규모가 큰 전시회를 통해 팬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IP 생명력을 연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시가 열릴 때마다 온라인상에서 작품 언급이 늘고, 팬덤이 결집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IP를 보유한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해외 작품보다 전시 기획 자유도도 높다.

한 전시회 관계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현지 전시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 어렵고, 원화만 보여주는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한국 웹소설·웹툰) 전시는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관람객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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