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묵시록 문학 최고 거장"…노벨상 크러스너호르커이
데뷔 장편소설 '사탄탱고'로 주목…맨부커상 수상 등 세계적 명성
영화 각본가로도 활약…벨라 타르 감독과 다섯 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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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9일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는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소설가 겸 각본가다.
1954년 헝가리 줄러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대학에서 법학과 헝가리 문학을 전공하고 전업 작가의 길을 택했다.
그는 1985년 발표한 데뷔 장편소설 '사탄탱고'가 큰 성공을 거두며 단숨에 현대문학의 주목받는 작가로 올라섰다. 이 소설은 1980년 헝가리 농촌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을 묵시록적 분위기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장편소설 '저항의 멜랑콜리'(1989), '서왕모의 강림'(2008),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 '맨해튼 프로젝트'(2018), '궁전을 위한 기초작업'(2018), '언제나 호메로스'(2019), 중단편소설집 '라스트 울프'(2009), '세계는 계속된다'(2013) 등을 발표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소설은 종말론적인 세계관과 어두운 색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모비 딕'의 허먼 멜빌, '죽은 혼'의 니콜라이 고골 등 이전 세대의 거장들에 비견된다.
미국의 평론가 수전 손택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 최고 거장"이라 칭했고, 독일의 평론가 W.G. 제발트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통찰력의 보편성은 고골의 '죽은 혼'에 필적한다"고 호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헝가리 감독 벨라 타르(70)가 연출한 영화 다섯 편의 각본가이기도 하다. 1998년 개봉한 영화 '파멸'을 시작으로 '사탄탱고'(1994),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2000), '런던에서 온 사나이'(2007), '토리노의 말'(2011) 등의 각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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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올해 노벨 문학상은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시간) 종말론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세계를 인정해 크러스너호르커이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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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국 안팎에서 유수 문학상을 꾸준히 받았다.
헝가리에서 1998년 산도르 마라이 문학상을 거머쥔 데 이어 2004년에는 자국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코슈트상을 수상했다.
해외에선 독일의 베스텐리스테 문학상, 브뤼케 베를린 문학상, 스위스의 슈피허 문학상,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 번역문학상 등 여러 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5년에는 '사탄탱고'로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으며 명성을 쌓았고 2018년 '세상은 계속된다'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맨부커상 수상자 선정 당시 심사위원단은 크러스너호르커이를 "탁월한 강렬함과 음역을 갖춘 예지력 있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아온 만큼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영국의 유명 베팅 사이트 '나이서 오즈'가 공개한 노벨문학상 배당률 순위에서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에 이어 두 번째로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의 작품은 국내에도 '사탄 탱고'를 비롯해 총 6권이 번역 출간됐다. 다만 헝가리어 직역본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영어 또는 독일어 번역본을 재차 한국어로 옮긴 중역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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