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큰 명절 추석은 단순히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는 날만이 아닙니다. 조상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둥근 달을 바라보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꽃인가, 잡초인가?

흔히 잡초라 하면 하찮은 풀, 뽑혀야 할 존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본디 잡초란 특정한 식물의 이름이 아닙니다. 배추밭에서는 인삼도 잡초이고, 무밭에서는 산삼도 잡초가 됩니다. 제자리를 잃은 순간 꽃도 잡초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송나라 주자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미워서 뽑으려 하니 잡초 아닌 것이 없고, 좋아서 두고 보자니 꽃 아닌 것이 없다. 이는 모두 다 한 밭에서 나는 나의 마음이로구나.”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가치와 이유를 지니고 태어납니다. 순자는 “하늘은 복록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아니하고, 땅은 쓸모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태어난 존재는 모두 나름의 이유와 쓸모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누군가를 잡초라 단정하는 것은, 그가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알아 지키면 산삼보다 귀하지만, 남의 밭에 들어앉아 눈치 없이 머물면 잡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분별 없이 살면 잡초가 되고, 주책 없이 머물러도 잡초가 됩니다. 결국 인생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언제 머물고 언제 떠나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추석 연휴는 우리에게 중요한 성찰의 기회를 줍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며, 나는 내 삶의 자리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혹시 무밭의 인삼처럼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억지로 머물고 있지는 않은가를 묻게 됩니다. 또한 남아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분별하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됩니다.

떠날 때 떠나지 못하면 잡초가 되고, 머물러야 할 때 떠나버리면 뿌리 없는 들풀이 되고 맙니다. 지혜로운 삶이란 자기 자리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며, 그 자리를 분별할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입니다.

올 추석, 풍성한 보름달을 바라보며 다짐해봅니다.
“나는 무밭의 인삼이 되지 않으리. 내 자리를 지켜 꽃으로 살리.” 그 다짐이야말로 우리가 잡초가 아닌 꽃으로 살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김준호 스크린 골프장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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