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의 꿈을 현실로…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인 면면
美 마티니스, 거대 IT기업 구글에 영입돼 '양자우위' 규명
英 클라크, 실제 장치에서 근본적 양자 현상 구현
佛 드보레, 초전도 회로에서 세계 최초로 양자 간섭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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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존 클라크(영국) UC 버클리 교수, 미셸 드보레(프랑스) 예일대 교수, 존 마티니스(미국) UC 샌타바버라 교수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조중동e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2025년 10월 7일(현지시간), 양자컴퓨터 기술의 근본 원리를 규명한 세 명의 미국 과학자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의 영예는 존 클라크(John Clarke, 83) UC버클리 교수, 미셸 드브로예(Michel Devoret, 71) 예일대 명예교수, 그리고 존 마르티니스(John Martinis, 67) UC샌타바버라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초전도 회로를 이용한 거시적 양자 터널링(macroscopic quantum tunneling)과 에너지 양자화 현상의 발견"을 이들의 핵심 공로로 꼽았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세계의 물리 법칙으로만 여겨졌던 양자 현상을 인간이 제어 가능한 전기 회로에서 실험적으로 증명해, 양자컴퓨터 개발의 핵심 토대를 마련한 혁명적 업적이다.
◆ 양자역학, 눈에 보이는 세계로 나오다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인 '터널링'은 입자가 마치 벽을 통과하듯 에너지 장벽을 뚫고 나가는 현상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는 원자나 전자 같은 미시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기묘한 현상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세 과학자는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라 불리는 특수 초전도 소자를 이용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크기의 전기 회로에서도 양자 터널링이 발생함을 1980년대에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 실험 과정에서 회로가 특정 에너지 상태를 갖는 '인공 원자'처럼 행동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양자컴퓨터의 기본 연산 단위인 '초전도 큐비트(superconducting qubit)'의 시초가 됐다.
기존 컴퓨터가 0 또는 1의 정보만을 처리하는 '비트(bit)'를 사용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지는 '중첩'이 가능한 '큐비트'를 통해 기존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병렬 연산을 수행한다. 이들의 연구가 없었다면 현재의 양자컴퓨팅 기술은 존재하기 어려웠다.
◆ 스승과 제자, 40년 집념이 맺은 결실
이번 수상은 한 연구실에서 시작된 혁신이 세대를 거쳐 완성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존 클라크 교수의 지도 아래 그의 제자들이었던 미셸 드브로예와 존 마르티니스가 1980년대 중후반 이 획기적인 실험을 성공시켰다.
이후 각자의 연구실을 이끈 드브로예와 마르티니스는 큐비트의 안정성과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수십 년을 헌신했다. 특히 마르티니스 교수는 구글 양자AI팀을 이끌던 2019년, 현존 최강의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려 풀 문제를 단 200초 만에 해결하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세계 최초로 달성하며 양자컴퓨터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바 있다.
노벨위원회는 "100년 된 양자역학이 끊임없이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한다"며 "이들의 연구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디지털 기술의 근본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 4천만 원)와 메달, 증서를 나눠 갖게 되며,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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