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거시 세계로 확장…노벨 물리학상 영예
클라크·드보레·마티니스, 초전도 회로서 양자 터널링 증명
양자컴퓨터·암호·센싱 등 차세대 기술 토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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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 세계에서의 양자 터널링 현상 입증 [노벨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는 양자 세계의 기묘한 특성이 맨눈에 보일 만큼 큰 시스템에서도 구체화할 수 있음을 증명해 양자컴퓨터, 양자암호, 양자센싱 등 차세대 양자 기술이 현실로 구현될 기반을 닦았다.
양자역학은 단일 입자 규모의 미시 세계 특성을 설명하는 학문으로, 수많은 입자로 구성된 거시 세계 현상과 대조된다.
예를 들어 수많은 분자로 구성된 공을 벽에 던져도 절대 벽을 통과하지 않지만, 미시 세계에서는 단일 입자가 벽을 갑자기 통과해 반대편에 나타나는 '양자 터널링'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각각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박사후연구원, 박사과정생으로 만난 세 사람은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전류가 흐르지 않는 얇은 물질 층을 벽처럼 끼운 '조셉슨 접합'을 활용한 회로로 양자 터널링이 거시적 세계에서도 확인됨을 증명했다.
정연욱 성균관대 교수는 "양자역학을 보통 작은 원자세계에서 보인다고 하는데, 칩이나 회로를 설계해 만들어도 양자역학이 잘 된다는 걸 처음으로 명명백백하게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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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세계 속 공과 달리 양자 터널링 효과에 따라 벽을 통과하는 입자 [노벨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전도체로 구성된 이 회로 속 모든 전자는 쿠퍼쌍을 이루면서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이는데, 전기가 흐를 수 없어 전자가 절대 넘어갈 수 없는 절연체를 여러 입자가 양자 터널링을 통해 넘어가면서 전압이 발생하게 된다.
전압을 측정해 양자 현상을 확인할 수 있고, 또 이 시스템이 특정 양의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것을 통해 양자화되어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 교수는 "크기가 1mm 정도 되는 맨눈으로도 보이는 회로에서도 응축 전자 떼거리가 넘어가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거시적 양자 시스템 구현을 통해 이들은 양자컴퓨터 등 새로운 양자 기술이 개발될 토대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존 마티니스는 에너지 양자화를 활용해 양자비트를 개발하는 등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고, 2015년부터는 구글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을 주도하며 2019년 첫 양자우위(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뛰어넘는 것) 달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셸 드보레도 예일대에서 양자컴퓨터 실용화 기술 개발을 이끌어왔고, 현재 구글 퀀텀 AI 수석과학자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수상은 노벨위원회가 "올해 100주년이 되는 양자역학 탄생을 기념할 수 있어 기쁘다"고 언급했듯 이를 기념해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교수는 "3년 만에 다시 양자 분야가 받을 줄은 몰랐는데 존 클라크가 노쇠해서 수상 가능성이 있었다"며 "이번 상이 양자컴퓨터에 준 것은 아니라 이전에 받았던 이들의 제자 등이 연장선에 있는 양자컴퓨터 분야가 받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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