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만연한 LH 매입임대…임직원 가족 집 사고, 향응 받고
지난 5년간 비위·부정 24건…국토부 감사나 개선 권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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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0일 LH 매입임대주택사업 관련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 하는 경실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조중동e뉴스) 홍국기 기자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추진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최근 5년간 온갖 비위와 도덕적 해이의 온상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단 한 차례의 감사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 “LH가 LH 가족 집 샀다”…이해충돌 방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의원(국민의힘)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24건의 비위·부정 행위가 적발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임직원 가족 소유 주택 매입’**이다.
LH는 2021년 10월과 12월, 2022년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자사 직원 가족의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직원 9명은 징계를 받았지만
그 결과는 경고·견책·주의 등 경징계에 그쳤다.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 금품 수수·향응 제공까지…청렴 기강 ‘붕괴’

2021년 5월, 한 중개업체로부터 63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직원이
뒤늦게 파면됐고, 이를 묵인한 또 다른 직원은 경고를 받았다.
2024년 8월에는 매입 자산 관리업체 평가 과정에서
외부 위원 선정을 부당하게 개입하고
99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직원이 파면됐다.

그뿐 아니다.
감정평가 절차 위반 8건, 현장조사 부실 4건, 절차상 공정성 훼손 2건 등
LH의 내부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된 수준이었다.

■ 고가 매입·사도(私道) 주택…예산 누수·법적 리스크

2023년에는 상한 기준을 초과한 금액으로 주택을 매입하거나
사도(개인 도로)에 접한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행정 3급·4급 직원들이 정직 2개월,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았지만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이런 부적정 거래는
‘예산 누수’이자 국민 재산의 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같은 해 12월에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된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담당 전문위원은 정직 3개월, 또 다른 직원은 경고를 받았다.

■ 국토부는 5년간 ‘감사 제로’…감독 기능 사실상 실종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됐음에도
국토교통부는 단 한 번도 LH 매입임대사업에 대한 감사나 개선 권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관리·감독 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셈이다.

김종양 의원은 “매입임대 제도는 미분양 해소와 서민 주거복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담당자들이 ‘구매권력’을 이용해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있다”며
“LH와 국토부 모두 감독 부실의 책임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대로면 제도 무용지물”…전문가들 일제히 비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닌 조직적 도덕 불감증”**으로 본다.
내부 정보 통제 부실, 경징계 위주 문화, 외부 감사의 부재가
LH의 비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시민단체 경실련 관계자는 “공공임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지만,
LH는 공공을 가장한 ‘이권 장사’로 변질됐다”며
“국토부가 손을 놓고 있는 한 비리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젠 보여주기식 혁신 아닌 실질적 개혁 필요”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즉각적 전면 감사,
△LH 외부 독립감사기구 설치,
△비위자에 대한 징벌적 제재 강화,
△모든 매입 절차의 투명한 공개 시스템 구축 등을
필수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공공임대주택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 사업이 내부자의 탐욕과 관리 부실로 얼룩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사 보고서 한 장”이 아니라
제도의 뿌리부터 다시 세우는 근본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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