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명절은 언제나 ‘민심의 온도계’다. 가족이 한데모여 밥상앞에 둘러앉으면, 정치 뉴스보다 더 정확한 현실 진단이 나온다. 특히 올해 추석 밥상머리의 대화는 유난히 무겁고 솔직했다.
물가, 주거, 일자리 이야기 속에는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는 말이 가장 자주 등장했다. 정치보다 민생이 앞서 있고, 정책보다 체감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그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번 추석 민심이 전하는 첫 번째 신호는 ‘피로감’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여,야간 정치공방, 진영 싸움, 책임 떠넘기기에 대한 염증이 크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누구의 잘잘못보다는, 누가 과연 내 삶을 바꿔줄 수 있느냐를 묻고 있다. 그만큼 정치권이 민심을 읽는 눈이 흐려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민심은 이미 말하고 있는데, 정치가 듣지 않는다는것이다.
두 번째 메시지는 ‘속도의 조절’이다.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엔 누구나 공감하지만, 너무 빠른 방향 전환과 갈등의 확대는 피로를 오히려 키운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과속이 아니라 안정이다.정책의 속도보다 소통의 온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잊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는 ‘체감되는 변화’에 대한 요구다.
정부의 수치와 보고서보다, 장보는 주부의 손끝이 더 정확한 현실을 말한다. 작은 변화라도 체감할 수 있어야 정책의 신뢰가 생긴다.
민심은 말이 아니라 생활 속 변화로 확인된다.
추석 민심은 늘 다음 선거의 방향을 비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모두에게 이번 명절은 ‘예고편’이었다.
누가 진짜 민생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가, 누가 국민의 일상 속 불안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가? 바로 그 답이 곧 표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의 삶을 바꾸기 위한 일이다.
명절 밥상에서 나온 한숨과 바람은, 정치권이 귀 기울여야 할 가장 현실적인 여론이다.
민심은 구호보다 정직하고, 통계보다 날카롭다.여,야모두 이제 그 목소리를 ‘해석’이 아닌 ‘경청’으로 받아들일 때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