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영재도 풀기 어려운 가족이란 난제…'수학영재 형주'
수학을 제외한 모든 것에 서툰 열여섯살 영재의 친부찾기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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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학영재 형주' 속 한 장면 [인디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나는 수학을 믿는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온 우주는 수학으로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밤톨 머리의 검은색 교복이 잘 어울리는 열여섯 살 수학 천재 형주(정다민 분)는 복잡한 수학 법칙을 적용해서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믿는다.

사람의 진심이나 감정, 느낌 같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과 달리 수학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입에 붙어 있다.

그런 형주의 불만은 자기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확률상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유전병인 신장질환으로 엄마를 잃은 형주는 자신에게도 다낭성 신부전이 발병하지는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검진해야 하는 처지다.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인 병이고, 발병이 확인되면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한다.

그때를 대비해 형주는 미리 신장 공여자를 확보해두려 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아버지와 친자 검사를 하는데, 결과지에 찍힌 친자확률은 0.1% 미만. 키워준 아버지의 친자가 아니라는 게 수학적으로 판명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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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학영재 형주' 속 한 장면 [인디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까지 7년간 장편영화 7편을 연출한 최창환 감독의 신작 '수학영재 형주'는 사춘기를 보내는 형주가 자신의 친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형주는 죽은 어머니의 일기장에 적힌 단서들과, 해킹 천재인 친구가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얻어내 준 정보를 종합해 세 명의 아버지 후보를 추린다.

친부를 찾겠다는 형주의 열망은 자기 뿌리를 알고 싶다거나, 친아버지에게서 자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는 등의 이유와는 거리가 멀다. 신장 공여를 약속받아 자신의 생존 확률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에 따른 선택일 뿐이다.

신장 이식이라는 조건은 형주를 사랑으로 키워 온 아버지 민규(곽민규)가 아무리 '키운 정'을 설파해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머리로만 고민하고 무기력에 빠지기보다는 아들이 원하는 걸 같이 이뤄주려고 하는 민규의 모습은 순수한 부성애를 떠올리게 한다.

수학 말고는 인생의 모든 문제에 서툰 형주와, 싸움꾼 출신이지만 인생의 지혜를 몸으로 익힌 민규는 닮은 구석이 전혀 없으면서도 지극히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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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학영재 형주' 속 한 장면 [인디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춘기 소년이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는 설정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세 명의 친부 후보들의 개성도 독특하고 신선하다.

아이에게 반드시 훌륭한 아버지를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형주의 어머니가 남편으로 한 번씩 고민해 본 만큼 명석하거나 사랑스러운 이들이다. 친부 검사를 위해 머리카락을 달라며 느닷없이 찾아온 형주를 낯설지 않게 받아주는 이들이 형주와 나누는 대화도 듣다 보면 묘한 위로를 준다.

15일 개봉.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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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학영재 형주' 포스터 [인디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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