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때문에 마을 이름 속 '龜'→'九'로 바꾼 일제
충북도, 일본식 의심 지명 16건 정비…39건 조사 중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한글날이 제579돌을 맞은 가운데 충북도가 국토지리정보원과 함께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우리 지명을 바로잡는 작업에 나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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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지명 정비 (CG) [연합뉴스TV 제공]

【청주=조중동e뉴스】 제579돌 한글날을 맞은 오늘,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우리 고유의 지명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충청북도는 국토지리정보원과 협력하여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옛 지명을 되찾는 대대적인 정비 사업에 나섰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정비 사업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제2차 지명업무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충북도는 도내 1만 5천여 지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일본식 표기가 의심되는 지명을 바로잡고 있다.

이순신 장군 거북선에 대한 경계심 때문?

특히 지난달 19일 열린 충북도 지명위원회에서는 진천군의 일본식 의심 지명 2건을 본래의 이름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진천군 초평면의 **'구암(九岩)마을'**이다. 이 마을은 뒷산에 거북이 형상의 큰 바위가 있어 본래 **'구암(龜岩)마을'**로 불렸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한자 표기가 '아홉 구(九)'자로 바뀌었다.

학계와 지역에서는 이를 두고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龜船)에 크게 패한 일본이 민족의식을 억누르기 위해, 한자 단순화라는 명목으로 전국의 지명 속 '거북 구(龜)'자를 의도적으로 '아홉 구(九)'자로 바꿨다는 설이 유력하게 전해진다. 나라를 지킨 영웅의 상징이 지명에 쓰이는 것조차 경계했다는 것이다.

또한 진천읍의 '입장(笠場)골 마을' 역시 한자 표기가 '마당 장(場)'에서 '길 장(長)'으로 수정된다. 1910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지지자료'에는 분명 '입장(笠長)'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일본의 흔한 성씨인 '카사바(笠場)'와 동일한 한자로 변경된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충북 55건 발굴… "역사적 정체성 회복할 것"

현재까지 충북도와 각 시군이 발굴한 일본식 의심 지명은 총 55건에 달한다. 이 중 청주시 12건, 진천군 4건 등 총 16건의 정비를 완료했다.

나머지 39건(▲충주·제천·괴산 각 6건 ▲영동 5건 ▲옥천 4건 ▲보은·증평·음성·단양 각 3건)에 대해서도 문헌 고증과 주민 의견 수렴 등 현지 조사를 거쳐 정비 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명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정비 사업을 통해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 지명의 올바른 역사성을 정립하여 도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조중동e뉴스 여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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