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미국 서부 내륙 소도시 기행 ④파크시티,동계올림픽 재개최
동계 스포츠 훈련장으로 선수들 찾는 등 활용도 높아
(파크시티=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명성을 날린 파크시티는 2034년 동계올림픽을 다시 한번 개최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모든 것을 새롭게 지어야 하는 것보다 있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지속가능한 부분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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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올림픽 파크의 스키 활강 시설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사진/성연재 기자]
◇ 파크시티는 어떻게 동계 스포츠 명품 도시가 됐나
파크시티의 주도로에는 빅토리안 양식 건축물이 늘어서 있어 19세기 은광 마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은 갤러리와 기념품 가게, 카페들이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으며,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거리 한복판에 자리한 파크시티 박물관은 이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은광 개발로 번영을 누렸던 마을의 모습과 한때 도시 전체를 잿더미로 만든 대화재 등 많은 이야기가 전시를 통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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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를 만들었던 에밋 버드 라이트 [사진/성연재 기자]
골목 어귀에는 이 고장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카우보이모자와 작업복 차림의 사내가 긴 스키를 어깨에 멘 모습인데, 그는 1900년대 초반 파크시티에서 노동자이자 스키 제작자로 활동했던 에밋 버드 라이트다. 통신 관련 일을 하면서도 직접 나무를 깎아 스키를 만들었던 그의 손길은 광산 도시를 겨울 스포츠의 가능성을 품은 공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19세기 후반 은광 개발로 급성장한 파크시티는 자원 고갈과 경기 침체로 쇠락을 겪었으나, 산과 눈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낡은 광산 마을은 스키 휴양지로 탈바꿈했고, 그 결실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졌다. 파크시티에서는 알파인 스키와 스키점프 등 주요 종목이 열리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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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대 아래쪽에 수영장을 배치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한여름에도 훈련이 이어지는 활강장. [사진/성연재 기자]
◇ 2034년 동계올림픽 재개최…지속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덕분
올림픽의 무대였던 유타 올림픽 파크는 지금도 훈련장과 관광 명소로 운영되고 있다. 거대한 스키점프대와 봅슬레이 트랙은 여전히 위용을 뽐내며, 2034년 유타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예정이다.
덴 하워드 파크시티 관광청 부대표는 "일본과 캐나다도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막대한 신축 비용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미 올림픽 개최 경험이 있고,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새로운 건설이 중요한 시대였다면 지금은 지속 가능성이 중시되는 시대"라며 "세계는 더 이상 화려한 신축이 아니라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서 잘 만들어놓은 시설을 방치하거나 폐쇄해야 했던 평창올림픽이 생각나 속이 다소 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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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준 높은 파크시티의 미식
파크시티는 미식의 도시이기도 하다. 점심에는 디어밸리 카페가 제격이다. 야외 데크 앞을 흐르는 작은 운하가 식사 분위기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들고, 골프를 막 끝낸 듯한 중년 남성들이 테이블에서 토론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현지인들의 평온한 점심 속에 여행자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듯한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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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식탁에서 품격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디어밸리 카페 [사진/성연재 기자]
저녁은 펜드리 호텔의 키타(KITA)에서 즐기기 좋다. 일본식 그릴과 초밥은 동양의 맛 그대로였고, 마지막에 나온 한국식 보쌈은 특히 놀라웠다. 쌈장 맛은 한국에서 먹던 것과 다를 바 없었고, 수석 주방장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파크시티 대표 위스키 '하이 웨스트'도 맛볼 수 있었는데, 이를 소개한 칵테일 담당자가 한국 입양인 출신이라는 점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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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입맛에 맞는 펜드리 호텔의 '키타' 레스토랑. 한국인이 주방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숙소 근처의 그럽 스테이크에서는 두툼한 스테이크와 따뜻한 환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지배인이 번역기를 내밀며 "묵은지 줄까요"라고 물었던 순간은 잊기 힘든 장면이었다. 메뉴에는 없었지만 자신이 직접 담근 김치를 내준 그의 배려 덕분에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었고, 이곳에서 맛본 바이슨 스테이크는 쇠고기와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야생의 맛'을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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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시티의 전통을 대표하는 스테인 에릭슨 산장의 디저트 [사진/성연재 기자]
또 다른 맛집인 하트 앤 힐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프렌치토스트에서 딤섬까지 메뉴가 폭넓었고, 특히 신선한 생선에 간장과 참기름, 파, 김, 양파 등을 더한 하와이 전통 요리 포케가 뛰어났다. 서비스는 따뜻하지만 과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세련되면서도 아늑해 만족스러운 식사 시간을 완성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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