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돋보기] 추석 용돈, AI 투자앱에 맡겨도 될까
로보어드바이저, 조건 넣으면 자동 포트폴리오 제시

편리하지만 맹신은 금물…"투자 책임은 결국 본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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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용돈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추석에 갑자기 많은 용돈을 받았는데 어떻게 굴려야 하지?"

추석 연휴에 친인척들에게 용돈을 받은 대학생들이나 어린 자녀가 받은 용돈을 보관해주는 부모는 이 돈을 보며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간 쓸 일이 없는 소액이라면 은행 예금에 넣어둘 수도 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AI) 투자 자문 서비스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몇 가지 조건만 입력하면 '안정형 포트폴리오'가 자동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AI 투자앱에 용돈 운용을 맡겨도 괜찮을까.

◇ 로보어드바이저, AI 자문 서비스 확산

AI 기반 투자 자문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용자가 입력한 투자 성향, 기간, 목표 수익률 같은 데이터에 금융 시장 빅데이터를 결합해 알고리즘이 최적의 자산 배분 비율을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계산된 비율에 따라 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 실제 투자 상품을 조합해 제시한다.

증권사와 인터넷 은행, 핀테크 앱들이 내놓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형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질의응답 방식으로 조언하는 기능까지 더해진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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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로보어드바이저의 구조는 간단하다.

'3개월간 단기 운용, 안정적 투자 선호'라고 조건을 넣으면 채권형 상품과 단기 예금, MMF(머니마켓펀드)가 먼저 제시된다.

'중위험·중수익' 성향을 선택하면 일부 ETF 같은 분산투자 상품이 포함되기도 한다.

사람 대신에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수백 개의 투자 조합 중 무난한 답을 내놓는 방식이다.

AI 투자 자문이 제안하는 단기 전략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몇 달 뒤에 자금이 다시 필요할 수 있는 단기 투자자에게는 원금 보존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주로 단기 채권, 국공채 ETF, 예금성 상품, MMF 같은 저위험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일부 서비스에서는 '테마형 ETF'도 추천하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AI의 설계 목표 자체가 '안전한 분산 투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에 넣어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다양하게 쪼개 투자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대 수익률은 크지 않지만 단기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는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 AI 투자 자문은 편리하지만 경계해야

AI 자문 서비스의 가장 큰 매력은 간편함이다.

투자 지식이 많지 않아도 몇 가지 질문에만 답하면 포트폴리오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복잡한 금융 지표를 일일이 공부할 필요 없이 결과만 받아볼 수 있다.

소액을 굴릴 때 굳이 증권사까지 찾아가 상담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다. 바쁜 직장인에게는 일종의 빠른 계산기이자 참고용 초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업계는 AI 자문을 맹신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알고리즘이 아무리 정교해도 금융 시장의 움직임을 100%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부 충격, 환율 급등락,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데이터 기반 분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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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한 'AI 로봇 자산운용' [연합뉴스TV 제공]

아울러 같은 조건을 입력하면 다수의 투자자에게 비슷한 포트폴리오가 제시될 수 있어 획일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가 권한 상품이니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실행할 경우 투자 원금의 손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더불어 AI 투자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운용 보수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일반 펀드보다 낮을 수는 있지만 단순히 은행 예금과 비교할 때는 추가 비용이 될 수 있으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AI 자문 서비스를 받은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소액 굴리기엔 편리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추천이 결국 안전 상품 위주라 기대보다 단조롭다"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이용자는 AI 제안을 그대로 실행하기보다 추천 결과를 참고해 직접 상품을 고르는 보조 도구로만 활용하기도 한다.

결국 'AI는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라 조언자'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추석 세뱃돈을 AI 투자앱에 맡기는 것은 새로운 선택지다.

하지만 그 선택이 마법의 답안지는 아니다. AI가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며 투자 결정과 책임은 결국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추석 연휴에 받은 용돈 봉투가 잠시 묵혀 있다면 AI 자문은 빠르게 길을 제시해주는 유용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자신만의 판단을 더 해야만 명절에 받은 돈이 '투자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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