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네이버웹툰 CSO "웹툰, 디지털세상의 디즈니 될 수 있죠"
"미국 시장, 한국·일본과 달리 '맨땅'서 시작…美웹툰 할리우드 영상화에 기대"

스크롤 대신 비디오 콘텐츠 왜?…"읽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 잡을 것"

X
김용수 네이버웹툰 최고전략책임자(CSO) [네이버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남=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콘텐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 디즈니잖아요.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면 우리를 떠올리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아시아의 디즈니'라는 목표가 있었죠. 새 목표요? 이제는 우리가 '디지털 세상의 디즈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네이버웹툰이 처음 '아시아의 디즈니'를 목표로 내걸었을 때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손꼽히는 100년 기업 월트디즈니 컴퍼니와 이제 막 네이버에서 나와 첫발을 뗀 네이버웹툰 사이의 간극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은 2020년 지배구조를 개편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 웹툰 엔터테인먼트(이하 웹툰 엔터)를 세웠고, 2024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올해 디즈니와 협업을 발표했다. 불과 몇 년 만에 목표에 성큼 다가선 셈이다.

이제는 '아시아의 디즈니'라는 목표가 지나치게 소박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성남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만난 김용수 네이버웹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넥스트 비전'(다음 장기 목표)을 묻는 말에 "디지털 세상의 디즈니"를 꼽았다.

X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등장한 웹툰 (서울=연합뉴스) 네이버웹툰의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등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 일본 대표작 '선배는 남자아이. 2024.7.7 [네이버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김 CSO는 네이버웹툰의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사업을 맡아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단연 북미 시장이다.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고 천명했을 때부터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앞으로의 성패도 북미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한국, 일본과 북미 웹툰 시장은 시작점부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CSO는 "한국에는 네이버가 있었고, 일본에서는 (메시지 앱) 라인이 있었다. 이용자에게 닿을 수 있는 길이 있었던 셈"이라며 "미국은 그야말로 '맨땅'이다. 지원군도 없고, 거대한 지식재산(IP) 시장에서 웹툰의 입지는 먼지와도 같았다"고 돌이켰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문화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하나의 유행 콘텐츠에 쏠리기보다는 각자의 취향에 맞춰 즐기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인들은 기존에 즐기는 콘텐츠가 워낙 많고, 마케팅 채널도 흩어져 있다"며 "TV 광고를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다. 결국 사람들이 신뢰할만한 곳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가장 큰 브랜딩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현지 만화·그래픽노블 출판사와의 협업이다.

'배트맨' 시리즈로 유명한 DC코믹스와 손잡고 오리지널 웹툰을 만들었고, IDW퍼블리싱, 다크호스 코믹스, 붐!스튜디오와도 차례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8월과 9월에 연달아 발표한 디즈니와의 계약이 그 정점에 있다.

웹툰 엔터는 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픽사 만화 3만5천편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만화 플랫폼을 개발하고, 디즈니 대표작 100편은 세로 스크롤 웹툰 형식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또 디즈니가 웹툰 엔터의 지분 2%를 인수하는 비구속적 조건 합의서도 체결했다.

당연히 업계 반응은 뜨거웠고, 주가도 껑충 뛰었다.

그는 "디즈니와의 협업 발표 후 언론과 투자자 반응을 보고서 농담 섞어 '기쁘면서도 슬프다'고 했다"며 "웹툰 엔터의 매출, 이용자 규모는 그대로인데 디즈니와 협업한다고 하니 달리 보는 것 같아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즈니와 함께 일한다는 것이 이 정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고 덧붙였다.

X
네이버 웹툰 [네이버웹툰 제공]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웹툰이 북미에서 서브컬처(하위문화)라는 인식에서 빠져나와 주류 문화로 완전히 자리 잡으려면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영상화 사업이 성공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김 CSO는 "물론 현재 K-콘텐츠의 인기가 좋지만, 미국인들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현지화된 영상물도 필요하다"며 "아직 미국 웹툰이 할리우드 실사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이런 작품이 잘되면 웹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위해 현지 웹툰 작가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웹툰 영어 서비스에서 총상금 100만 달러(약 14억2천600만원)를 걸고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 공모전에는 신인 작가들의 웹툰 약 4천 편이 접수됐다.

이용자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웹툰 엔터의 강점은 10·20대 젊은 독자가 많다는 것이지만, 그 위 연령층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CSO는 웹툰 이용자를 독자라고 지칭하지 않았다. 또 향후 전략과 관련해 '리드 오어 워치'(Read or Watch)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제는 웹툰 엔터가 웹툰을 읽는 사람(독자)뿐만 아니라 영상을 보는 사람(시청자)도 사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숏폼 이용이 늘면서 콘텐츠 이용 시간을 두고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읽는 것보다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용자들의 비중이 커지다 보니 우리도 그들에게 '리치 아웃' 하려면(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서 웹툰을 움직이는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한 '비디오 에피소드' 기능을 북미에 먼저 도입했다.

1회당 5분 내외 길이로, 움직임과 효과음, 음악, 성우 음성 등을 더해 스크롤을 움직이지 않고도 웹툰 내용을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로 스크롤 방식의 웹툰을 서비스해 온 네이버웹툰만의 정체성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이렇게 답했다.

"웹툰의 핵심은 세로 스크롤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해요. 스토리텔링이라는 핵심만 지킨다면 형식은 이미지든 비디오든 상관없죠. 기존 웹툰 독자는 물론 콘텐츠 시청을 좋아하는 이용자도 함께 모을 수 있다고 봅니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