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민심 훑은 여야 '국감열전'으로…"尹내란청산" "李실정부각"
李정부 첫 국감 혈투 예고…'조희대·이진숙·김현지·전산망 마비' 곳곳 지뢰밭

민주 "尹 무능·실정 지우겠다"…국힘 "정부·여당, 민생 외면·사법부 말살"

기업총수 국감증인 자제?…기업인 증인 200명 육박 역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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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장 보는 정청래 대표 (김제=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을 앞두고 2일 오후 전북 김제시 전통시장을 찾아 장보기를 하고 있다. 2025.10.2 ka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김유아 기자 = 추석 연휴 민심 훑기를 마친 여야가 오는 13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 치열한 창과 방패의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17개 상임위원회는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다음 달 6일까지 감사를 벌인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치러지는 이번 국감에서 공수가 뒤바뀐 여야는 전임 윤석열 정부와 현 정부를 동시에 겨누며 물고 물리는 격전을 벌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내란 종식 완수를 내세우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추석 직전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체포와 석방으로 여야 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국감 출석 논란, 민주당발(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등도 이번 국감의 주요 화약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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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경찰서 방문한 장동혁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나경원, 신동욱 의원 등이 3일 영등포경찰서에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체포 항의를 한 뒤 나오고 있다. 2025.10.3 cityboy@yna.co.kr

◇ 민주 "내란 청산 국감" vs 국힘 "李정부 민생 실정 고발"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윤석열 내란 잔재 청산'의 무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12·3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 3대(김건희·내란·순직해병) 특검과 관련한 법무부·국방부·외교부·행정안전부에 대한 특히 강도 높은 송곳 감사가 예상된다.

의대 정원 확대, 대왕고래 프로젝트,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계약 등 큰 논란을 야기한 전임 정부 주요 정책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민생 회복을 위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의지와 계획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나라 전반에 깊이 남겨진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내겠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임위별로 지난 정부의 잘못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청산하고 이에 대한 개선과 회복을 국감의 기본 기조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출범 넉 달 만에 이재명 정부의 난맥상이 드러났다며 국감에서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맞불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 교착에 따른 경제 충격, 물가·금리·부동산 불안을 집중 추궁하는 한편,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정부·여당이 대외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문제 삼을 방침이다.

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야당과 사법부 말살에만 집중해온 점을 국감에서 낱낱이 파헤쳐 국민께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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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인사하는 민주당 지도부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추석연휴를 앞둔 2일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0.2 [공동취재] utzza@yna.co.kr

◇ 국가전산망 먹통, 이진숙·김현지 공방…상임위 곳곳이 '전쟁터'

국감 최대 격전지론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꼽힌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필두로 여당 내 강성파들이 포진한 법사위는 국감 전부터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에 불을 지피며 사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라며 일찌감치 사법부와의 국감 일전을 예고했다.

오는 15일 대법원 현장 국감도 민주당 주도로 추가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사법부 겁박'이라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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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체포적부심 시작…"6번 소환 불응" vs "민주주의 구금"

방송통신위원회 폐지에 이어 이진숙 전 위원장의 경찰 체포와 석방 논란으로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에서도 여야의 정면충돌이 예정돼 있다.

이 전 위원장이 결국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면서 민주당은 사법부로 화살을 돌리고 있고, 국민의힘은 애초부터 체포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운영위에선 계엄 사태와 김현지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맞붙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총무비서관이던 김 부속실장이 국감 출석 의무가 없는 자리로 옮긴 것을 두고 '최측근 실세의 꼼수'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경호처가 계엄 사태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내란의 전말을 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추석 명절을 맞아 K푸드 홍보를 위해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를 녹화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은 국가전산망 중단 사태 와중의 예능 출연이라는 프레임을 들고 국감 쟁점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행안위에선 정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국정자원 화재의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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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원내대표, 추석 연휴 앞두고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시작을 앞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 hkmpooh@yna.co.kr

◇ 與, 기업인 소집 자제?…최태원·정의선·정용진 줄줄이 증인으로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감에서 대기업 총수를 줄줄이 불러세우던 관행을 지양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었다. 한미 관세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의 키를 쥔 대기업의 역할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실제 상임위별 증인·참고인 채택 현황을 보면 관행은 여전했다.

정무위는 계열사 부당 지원과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행안위는 하청업체인 이수기업 노동자 집회와 관련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산업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소비자 정보보호 실태 점검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17개 상임위 중 운영위·성평등가족위를 제외한 15곳이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했다. 이 중 기업 관계자는 200명에 육박한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159명)를 이미 넘어섰다.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불렀다가 정작 질문조차 하지 않은 채 돌려보내는 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ise@yna.co.kr,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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