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이탈리아에 유학 간 성악가의 일상…'썩어라 수시생'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친구네 고향에 놀러 가니 할머니가 배가 터질 때까지 음식을 만들어주고 과일까지 내주신다.
길에서 마주친 아저씨는 먼 친척이고, 가게에서는 오랜만에 왔다며 가격을 깎아준다.
정이 느껴지는 한국 시골의 풍경 같지만, 사실은 이탈리아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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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라 수시생' 인스타툰 일부 [인스타그램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썩어라 수시생'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 생활을 한 성악가가 그린 일상툰(생활을 소재로 한 웹툰)이다. 작품명은 작가가 고등학생 시절 입시 스트레스 관련 만화를 주로 올리던 것에 착안해 친구가 지어줬다고 한다. 현재는 작가의 밝고 따뜻한 일상이 주요 소재지만, 예전 제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간 작가는 유럽에서 겪은 소소한, 그러나 절대 평범하지는 않은 경험을 귀여운 그림체에 녹였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이탈리아 작은 마을에 친구 결혼식을 보러 간 이야기다.
작가는 결혼식 의상으로 단출한 원피스 하나만 챙겨갔다가 온 동네 사람들의 참견과 걱정 속에 공짜로 머리를 하고, 가방과 겉옷까지 빌려서 참석하게 된다.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결혼식, 참석자들은 쉼 없이 먹고 마시고 춤추기를 반복한다.
자정께 사람들이 밖으로 이동하자 내심 귀가를 기대했다가 마당 화덕에서 갓 구운 피자를 나눠 받고는 좌절하는 내향인 작가의 속마음이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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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라 수시생' 인스타툰 일부 [인스타그램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탈리아에서만 겪을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
축구선수 김민재를 보려고 독일 바이에른 뮌헨과 이탈리아 라치오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가, 이탈리아 팬들의 기세에 눌려 입 뻥긋도 못하고 일본인인 척해야 했던 이야기,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유명 성악가 마리옐이라 데비아를 만난 경험담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현지에서 마음이 따스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로마 피자집 앞에서 친절한 손님과 합석해 즐거운 식사를 하기도 하고, 바짓자락이 자전거 체인에 걸려 오도기도 하지 못할 때 지나가는 운전자의 도움으로 곤경을 해결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친절을 경험하며 산 작가는 이를 기꺼이 베푼다.
로마 기차역 인근에서 추근거리는 남자 때문에 곤란해하는 중국인에게 선뜻 손을 내밀며 구해준다.
중국인 여성을 구해준 뒤 "아시안 걸들은 서로를 지켜주는 법이잖아"라는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 따뜻한 연대가 엿보인다.
인스타그램에서 연재 중이며, 네이버웹툰 숏애니 플랫폼 컷츠에서도 볼 수 있다.
또 작가는 포스타입을 통해 로마의 맛집과 작업하기 좋은 공간도 소개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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