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불순한 의도”…외교적 압박인가, 정당한 국민보호 요청인가 | 이재명 대통령, 인종차별 집회 강력 대응 시사…표현의 자유와 외교적 책임 사이 딜레마

X
반중 시위대 명동 진입 막는 경찰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단체가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명동거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일부 반중 집회에 대해 "필요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2025.9.19

(서울=조중동e뉴스) 김혜민 기자

오는 3일 서울 도심에서 예고된 반중(反中) 시위를 두고 주한중국대사관이 ‘불순한 의도’라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 정부에 자국민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혐오와 차별은 국익을 훼손하는 자해행위”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혀, 양국 간 외교적 긴장감과 함께 국내 혐오 표현 문제에 대한 논란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中대사관, ‘불순한 의도’ 명시하며 정면 비판

주한중국대사관은 2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일부 극우 단체가 국경절과 추석 연휴라는 특수한 시기를 겨냥해 반중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민심을 얻기 어려운 불순한 행위”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사관은 명동, 대림동 등 중국인 밀집 지역과 관광지가 시위 장소로 거론되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을 방문 중이거나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신변 안전에 유의하라”고 공지했다. 동시에 한국 정부를 향해 “재한 중국 국민의 합법적 권익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대통령실, ‘국익 훼손 자해행위’로 규정…강력 대응 예고

중국 측의 문제 제기에 대통령실도 즉각 반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특정 국가와 국민을 겨냥한 근거 없는 괴담과 혐오 발언, 인종차별적 집회는 우리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자해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보편적 인권과 국격을 강조한 것이지만, 시기적으로 중국대사관의 우려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는 혐오 시위를 표현의 자유 범주가 아닌,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외교적 마찰을 유발하는 국익 저해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역지사지 필요…혐오 확산 막는게 국익”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히 중국의 ‘압박’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중국,일본,미국.유럽등 해외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시위가 발생했다면 우리 정부 역시 해당국에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자국민 보호 조치를 요구했을 것이라는 ‘역지사지’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대사관이 사용한 ‘불순한 의도’라는 표현이 외교적으로 다소 거칠고, 한국 내의 다양한 반중 정서를 ‘극우’의 행위로만 일반화했다는 비판의 소지는 있다.

그러나 핵심은 일부 극단 세력의 혐오 표현이 전체 국민의 목소리인 것처럼 비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특정 집단에 대한 위협과 차별을 선동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안은 한국 사회가 인종차별과 혐오 문제에 얼마나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국익과 보편적 가치라는 더 큰 틀 안에서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c) 조중동e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