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수출 12조원 돌파…3분기까지 역대 최대
미국, 중국 제치고 첫 1위…K-콘텐츠 열풍 견인
기초화장품 63억달러 수출, 전체 성장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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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웜톤? 쿨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홍대의 올리브영에서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2025.7.1 [촬영 이승연]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이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K-콘텐츠 열풍을 타고 순항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20년간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우면서, 더 이상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까지의 K-뷰티 누적 수출액은 85억 달러(약 12조 원)로,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9월 한 달에만 11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등 2월부터 매달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수출 시장의 판도 변화다.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중국을 미국이 처음으로 앞질렀다. 3분기까지 대미 수출액은 16억 7천만 달러(점유율 19.6%)로, 전년 동기 대비 18.1% 급증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최근 5년간 2배 이상 성장한 결과로, 북미 시장에서의 K-뷰티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했다.
반면, 중국 수출액은 15억 8천만 달러(18.6%)로 전년 동기보다 11.7%나 감소하며 2위로 밀려났다. 2004년 이후 20년 가까이 1위 자리를 지키며 한때 전체 수출의 50%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진 것은 K-뷰티 산업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사드 사태 이후 지속된 한한령의 여파와 더불어 중국 내 애국 소비 열풍,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약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중국 쇼크’는 K-뷰티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한류라는 문화적 유행에 편승해 단일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기존의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명백한 신호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고무적이지만, 언제까지 K-콘텐츠의 후광 효과에만 기댈 수는 없다"며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각국 시장의 규제 환경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동남아, 유럽, 남미 등 신흥 시장 개척을 위한 보다 치밀한 정부와 업계의 공동 전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우수한 K-화장품이 세계 시장으로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책을 통해 수출 시장 다변화를 이끌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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