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게 하고, 낮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들녘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자연의 이 변화는 우리의 인생 여정과도 닮아 있다. 청춘의 봄과 여름을 지나 어느덧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젊은 날엔 많은 꿈이 있었다. 때로는 좌절도 있었고, 때로는 성취의 기쁨도 있었다. 돌아보면 부족함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온 자신에게 “잘해왔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한 가지 분명히 느끼는 것이 있다. 인생의 가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는지가 아니라, 그 길에서 얼마나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 고요 속에서 자주 묻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었는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서서히 혼자가 되어가는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배움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마음은 늘 젊을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 그것이야말로 생의 활력을 불어넣는 힘이다.
삶의 의미는 크고 거창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래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존재가 아니라, 식탁 위에 자주 오르는 새우처럼 작은 기쁨과 필요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길이다. 큰 뜻도 중요하지만,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이웃을 돕고 보탬이 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가치 있는 인생이다.
홍콩의 명배우 주윤발은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돈은 내 것이 아니고 행복의 원천도 아니다. 나는 잠시 맡아두었을 뿐이다. 내 꿈은 행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화려한 스타의 삶을 살아온 그이지만, 결국 선택한 것은 검소함과 나눔이었다. 이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행복은 물질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에서 비롯된다는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진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는 그 진리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는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 기다리고, 도시에서 머무는 이들에게는 이웃의 작은 관심과 정이 필요하다. 풍요로운 계절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나누는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작은 정성이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나는 인생의 가을을 맞으며 다시금 다짐한다. “쓰러지지 않는 것이 꿈이 아니라,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꿈이다.”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친절, 작은 배려,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모여 결국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올해 추석, 우리의 가정마다, 이웃마다 이 나눔의 정신이 퍼져나가기를 소망한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을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가장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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