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억 지나…옛 서울역-KTX 서울역 잇는 '비밀 통로' 개방(종합)
근현대 역사 품은 '관문' 서울역 준공 100주년 맞아 특별전·학술행사
사진·영상에 예술작품까지…1945년 발견 '조선말 큰사전' 원고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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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서울역사와 고속철도 서울역사 연결 통로 최초 개방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옛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옛 서울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현재와 서울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2025.9.30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김예나 기자 = "쭉 걷다 보면 옛 역사와 새로운 역사가 만나는 기념비적인 공간이 열릴 겁니다. 따라오시죠."
30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지하 계단.
이동훈 큐레이터가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자 '끼익' 소리가 났다. 20여 개의 계단을 내려간 곳에서 마주한 건 '비밀 통로' 같은 복도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통로를 따라 50m 정도 걸어가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고속철도(KTX)를 비롯해 하루 10여 차례 열차가 오가는 서울역의 4번 플랫폼이었다.
1925년 지어진 옛 서울역과 오늘날 서울역이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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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과 신 고속철도 서울역사 연결 통로 최초 개방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옛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옛 서울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현재와 서울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2025.9.30 jin90@yna.co.kr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건축물인 옛 서울역(정식 명칭은 사적 '구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맞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비밀 통로'가 처음으로 열렸다.
복원 공사를 거쳐 2011년 문화역서울284가 새롭게 태어난 지 14년 만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이날 열린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 특별전 언론 간담회에서 옛 서울역과 KTX 서울역 간 통로를 공개했다.
옛 서울역 건물의 지하는 역사 속 이야기를 오롯이 담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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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 100주년…서울역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만나는 전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옛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옛 서울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현재와 서울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2025.9.30 jin90@yna.co.kr
1925년 지어진 뒤에는 서양 요리를 준비하는 요리장으로도 쓰였으나, 이후 자재나 각종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 등으로 쓰였다. 이용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이번에 개방된 연결 통로를 걸으면 문화역서울284와 KTX 서울역을 오갈 수 있다. 전시를 본 뒤 KTX를 타러 갈 수도, KTX를 타러 온 뒤 전시를 볼 수도 있다.
이동훈 큐레이터는 "서울역 100년을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공간"이라며 "복합문화공간의 역할 뿐 아니라 철도라는 공간의 의미,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전시가 열리는 11월 30일까지 연결 통로 이용 여부를 분석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내년부터 두 역사를 잇는 통로를 상시 개방할지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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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옛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옛 서울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현재와 서울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2025.9.30 jin90@yna.co.kr
이번 특별전은 서울역이 지나온 100년 여정을 돌아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과거 승객들이 모였을 3등 대합실에서는 옛 서울역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담은 주요 사진과 김수자·신미경·이수경 등 현대 작가의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서측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사진·영상 전시는 눈길을 끈다.
1924년 10월 건축회사 시미즈구미 경성지점에서 발행한 사진첩 속 공사 모습부터 1930∼1940년대 기차 시간표, 한중일 철도 노선도 등 서울역의 100년 여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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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의 100년을 돌아보는 자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옛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옛 서울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현재와 서울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2025.9.30 jin90@yna.co.kr
역사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전시도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예를 들어 주요 인사들이 거쳐 간 귀빈실과 귀빈 예비실에서는 현대 가구와 패션 전시가 펼쳐지며, 부인대합실에서는 서울역을 주제로 재구성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2층 공간에서는 서울역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1910∼1937)의 '날개'를 비롯해 서울역을 묘사한 다양한 문화 작품을 소개한다.
"그러고는 경성역 일이등 대합실 한곁 티룸에를 들렀다. 그것은 내게는 큰 발견이었다. 거기는 우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안 온다."(이상 '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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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 준공 100주년 기념전시 개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옛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옛 서울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현재와 서울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2025.9.30 jin90@yna.co.kr
이번 전시에서는 1945년 9월 역의 창고에서 발견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도 공개된다.
조선어학회가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1929년부터 1942년까지 작성한 것으로, 약 63㎡(약 19평) 규모의 별도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김영수 문체부 제1차관은 "옛 서울역의 건축적·사회적 가치를 되새기고,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함께 이날 오후 '옛 서울역사의 역사와 보존과 활용의 미래'를 주제로 한 공동 학술행사를 연다.
두 기관은 옛 서울역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한 복원 공사 과정을 되짚고 향후 원형 복원과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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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구 서울역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30일 서울 중구 옛 서울역(정식 명칭은 사적 '구 서울역사') 모습. 2025.9.30
옛 서울역은 우리 철도 역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1900년 서대문과 인천 제물포를 연결하는 경인선의 남대문 정거장으로 시작해 1925년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을 새로 짓고 '경성역'으로 불렀다.
해방 이후인 1947년 서울역으로 전환해 서울의 관문이자 우리나라 교통과 물류의 중심 역할을 했으나, 2004년 KTX 개통에 따라 지금의 서울역사로 철도역 기능이 이관됐다.
현재 전시, 체험, 문화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로 활용하고 있으나 소유권은 국가유산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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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100주년 맞은 옛 서울역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에서 포스터가 설치되어 있다.
옛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옛 서울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현재와 서울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2025.9.30 ji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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