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는 전쟁터일까 낙원일까…영화 '트론: 아레스'
요아킴 뢰닝 감독…그레타 리·자레드 레토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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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론: 아레스'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상상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고도의 인공지능(AI)이 있다면 인간은 무엇을 만들어낼까. 무한 재생되는 첨단무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척박한 사막에서도 자라는 사과나무 품종을 개발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트론: 아레스'에서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두 경쟁회사 딜린저 시스템과 엔컴은 기술적인 목표는 같지만, 추구하는 목표는 상반된다.
딜린저 시스템의 장남인 후계자 줄리안 딜린저(에반 피터스 분)는 군용 AI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고, 자매 경영을 하다 동생을 암으로 잃은 엔컴의 CEO 이브 킴(그레타 리)은 기아 해결과 질병 치료라는 신세계를 꿈꾼다.
두 회사가 이룩한 기술 수준은 현재로선 비슷하다. 진화한 버전의 3D 프린터 같은 레이저 방출기로 순식간에 동물과 식물, 기계 등 모든 물질을 생성해낼 수 있다.
다만 두 회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이 딱 29분간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다 소멸해버린다는 똑같은 한계를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영속성 코드'를 찾아내기 위해 양사의 CEO는 한동안 두문불출한다. 결국 이브가 먼저 비밀을 찾아내자, 줄리안이 AI 전사 아레스를 투입해 탈취극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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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론: 아레스'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요아킴 뢰닝 감독의 액션 블록버스터 '트론: 아레스'는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온 고도 지능 AI 병기 아레스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통제 불가의 위기를 그린 작품이다.
악은 강해 보이지만 불안정하고, 선은 약해 보이지만 단단하다는 역설은 영화 전반의 중심 축이다.
이브는 인류의 난제를 풀겠다는 의도로 '영속성 코드'를 발견하지만, 자칫 최악의 무기를 만드는 줄리안의 손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상대가 얼마나 악한 의도와 수단으로 접근해올지 예측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지만, 이브는 선한 것이 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강인한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줄리안은 AI 전사들에 대한 통제를 잃어가고, 특히 아레스를 지능과 힘, 재생 능력 등 어느 것으로도 이기지 못한다. 자신이 만든 군용 AI의 막강한 파괴력과 상반되는 나약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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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론: 아레스'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상 세계를 실체를 가진 하나의 공간 '그리드'로 구현해낸 모습은 관객들에게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딜린저 시스템의 그리드는 호전적인 붉은 광선으로, 엔컴의 그리드는 부드러운 색색의 불빛으로 표현돼 같은 가상공간이어도 마치 선과 악을 상징하듯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엔컴과 딜린저 시스템 간의 '해킹 전쟁'이 실제 AI 전사들이 침투하고 방어하는 육탄전처럼 시각화되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영속성 코드'가 숨겨져 있던 곳이 한물간 기술의 상징인 플로피 디스크라는 점과, 1세대 전자 게임 속 세상에서 아레스가 깨달음을 얻는 모습 등은 '기술판 레트로'의 감성으로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8일 개봉.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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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론: 아레스'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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