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시바 총리, 38일 만의 재회... "실무방문이지만 국빈급 예우" 이시바, 현직 총리 최초로 故 이수현 묘 참배... "한일 관계 가능성 보여준 장면" 양국 정상 고향 식재료로 만든 만찬... '화합과 융화'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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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 외교 복원, 부산에서 만난 한일 정상 (부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기념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5.9.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부산·서울=조중동e뉴스=임학래】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에서 만나 한일 '셔틀외교'의 완전한 복원을 알렸다. 지난달 23일 이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번 회담은 불과 38일 만에 성사됐으며, 양국 정상이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 만난 것은 2004년 노무현-고이즈미 회담 이후 21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 장소인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 앞에서 직접 이시바 총리를 맞이하며 환한 미소로 재회의 반가움을 표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착용한 '금색 사선 넥타이'에 대해 "일본과 이시바 총리와의 관계를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이번 만남에 부여하는 무게감을 드러냈다.
이시바 총리가 도착하자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가 도열해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무방문 형식이지만 사실상 국빈에 준하는 예우"라고 밝혀,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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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 관저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 (도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2025.8.25 [공동취재]
◆ '故 이수현' 묘 참배와 '십이장생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행보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시바 총리가 회담에 앞서 현직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고(故) 이수현 씨의 묘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한 것이다.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희생된 이수현 씨는 한일 우호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고인의 숭고한 사랑에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에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화답하며 역사적 행보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려는 양국 정상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 정상은 200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누리마루 하우스를 함께 둘러보며 나전칠기 공예품 '십이장생도'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과거의 성공적인 다자외교 무대를 배경으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겠다는 상징적 제스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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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대변인, 한일 정상회담 브리핑 (부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강유정 대변인이 30일 부산 벡스코 프레스센터 내 기자실에서 한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9.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안동 한우'와 '돗토리 대게'가 만난 만찬... 화합의 메시지
약 76분간 이어진 회담 후, 양 정상은 동백섬을 산책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 메뉴는 양국의 화합과 융화를 상징하는 음식들로 채워졌다.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의 햅쌀밥과 한우 갈비찜,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현의 명물 대게를 이용한 냉채가 오르는 등 두 정상의 고향 특산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대통령실은 "한일 양국의 융화된 신문화에 따뜻한 환대를 정성껏 담았다"고 설명했다. 건배주로는 막걸리가, 만찬주로는 일본 전통주와 한일 국제 부부가 만든 와인 등이 올라 셔틀외교 복원을 축하하는 의미를 더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 정상은 저출산·고령화, 지역 균형 발전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를 본격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양국 관계가 과거사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실질적인 미래 협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이 대통령이 회담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완전한 신뢰 회복과 진정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꾸준히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셔틀외교'의 정착이 양국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미래로 나아가는 실질적인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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