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85)대자연 품은 매력…'어머니 도시'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조중동e뉴스) 취재·구성 |

대륙의 가장자리, 바다가 두 번 부는 곳. 케이프타운은 도시가 자연을 덮는 대신, 자연이 도시를 감싸는 드문 예외다. 정상은 평평하고, 바다는 거칠며, 해변엔 펭귄이 걷는다. 이 도시를 향해 붙은 별명, ‘Mother City’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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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4일(현지시간) 볼더스비치 펭귄들 [촬영 유현민]

펭귄이 먼저 지나가는 해변 — 볼더스비치

도심 워터프런트에서 남쪽으로 약 40km. 해군기지로 유명한 사이먼스타운을 지나 볼더스비치(Boulders Beach) 에 닿으면, 야생 ‘아프리카 펭귄’ 수백 마리가 해변과 바위 틈을 자유롭게 오간다. 목재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사람이 멈추고 펭귄이 먼저 지나간다.
관광지이되 생태의 리듬이 우선인 곳. 카메라 셔터를 아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티켓|1~3m 거리 유지, 플래시 금지, 먹이 주기 금지.
이곳의 주인은 펭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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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일 테이블마운틴과 라이언헤드 전경 [촬영 유현민]

평평한 산이 품은 도시 — 테이블마운틴

해발 1,085m. 정상부가 식탁처럼 평평해 ‘테이블마운틴’이라 불린다. 360도 회전 케이블카(성인 왕복 약 3만8천 원)로 수월하게 오를 수 있지만, 발길이 허락한다면 트레일을 따라 오르는 재미가 더 짜릿하다.
정상에 서면 케이프타운의 지붕이 열리고, 대서양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일몰 직전이 클라이맥스. 노을이 산 능선을 타고 바다로 미끄러질 때, 도시의 소음은 작아지고 자연의 조율만 남는다.

TIP|일몰 타이밍
케이블카 막차 시각을 반드시 확인. 정상부는 바람이 강해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바람막이와 얇은 보온 레이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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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1일 테이블마운틴 정상에서 바라본 석양 [촬영 유현민]

두 바다가 부딪히는 관문 — 희망봉

고풍스러운 등대와 칼날 같은 절벽, 그리고 거친 바람. 케이프포인트 국립공원 안의 희망봉은 유럽 탐험가들이 인도양 항로를 꿈꾸던 **‘희망의 관문’**이었다.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 최남단’으로 기억하지만, 정확히는 ‘최서남단’. 표지석에는 “THE MOST SOUTH-WEST POINT OF THE AFRICAN CONTINENT” 라고 적혀 있다. 진짜 최남단은 동쪽으로 더 내려간 아굴라스곶(Cape Agulhas) 이다.
등대 정상까지는 등산 열차로도 오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도로변에서 야생 타조를 만난다. 바람의 세기는 사진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안전 노트|절벽 가장자리 접근 금지. 바람이 강할 땐 모자·장갑·안경 고정. 국립공원 입장료·운영시간 사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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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4일 볼더스비치 전경 [촬영 유현민]

◇ 대서양과 인도양 만나는 희망봉

아프리카 대륙 서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희망봉(Cape of Good Hope)은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지점이다. 과거 아시아로 향하던 유럽 탐험가들에게는 '희망'(good hope)을 품고 지나던 '인도양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진 곳이다.

현재 케이프포인트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이곳은 고풍스러운 등대와 탁 트인 절벽 전망, 희귀한 식물과 바위투성이 해안이 어우러져 장엄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자동차로 이동하거나 하이킹 코스로 트레킹을 즐길 수 있고, 등대 정상까지는 등산 열차를 타고도 오를 수 있다. 공원 매표소를 지나 희망봉까지 가는 길에는 타조와 같은 야생 동물도 만날 수 있다.

흔히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하게는 최서남단이고, 진짜 최남단은 아굴라스곶(Cape Agulhas)이라고 따로 있다. 실제 등대 입구 주차장에서 차로 5분 정도 가면 있는 희망봉 푯말에는 동경 18도 28분 26초, 남위 34도 21분 25초라는 위치 정보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의 최서남단'(THE MOST SOUTH-WEST POINT OF THE AFRICAN CONTINENT)이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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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1일 희망봉 푯말에서 기념촬영하는 관광객 [촬영 유현민]

도시가 자연을 배우는 법

케이프타운의 매력은 거대한 자연만이 아니다. 다채로운 색채의 보캅(Bokaap), 유럽풍 항만 쇼핑가 V&A 워터프런트, 넬슨 만델라의 역사가 깃든 로빈섬, 그리고 주변 와이너리까지—도시와 자연, 역사와 미식이 한날한시에 겹쳐진다.
아프리카의 경계에서, 문명은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법을 배운다. 그 겸손이 이 도시를 품격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