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북중관계, 한반도 비핵화 기여해야"…왕이 "역내 안정 노력"(종합)
한중 외교장관 통화…시진핑 방한·한반도 문제 협의

"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관계 발전 새로운 전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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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한중 외교장관 (베이징=연합뉴스)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국빈관에서 조현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만나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5.9.17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조중동e뉴스=편집국]조현 외교부 장관이 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중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의 방북(9~11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이루어진 것으로,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력히 촉구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정오부터 약 40분간 통화하며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비롯한 양자 관계 현안과 한반도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양측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재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며, 양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긴밀히 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맞물려 미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조율되고 있어, 한중 정상회담 일정 역시 이러한 다자 외교 구도 속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화의 핵심은 한반도 문제였다. 왕 부장이 먼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자, 조 장관은 리창 총리의 방북을 염두에 둔 듯 북중 관계의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하며 압박에 나섰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에 리 총리를 비롯해 러시아, 베트남 등 우방국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하며 세 과시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비핵화 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통화가 단순한 안부 교환을 넘어, APEC 정상회의와 리 총리 방북 등 중요한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서로의 의중을 떠보고 입장을 전달하는 탐색전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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