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그토록 잘 어울렸던 배우 조진웅, 그가 불과 하루아침에 은퇴를 선언하며, 대중은 충격과 함께 씁쓸한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과거의 잘못은 어디까지 용서될 수 있으며, 성공한 삶을 살던 사람에게도 '과거'는 영원히 현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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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 2024.10.1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기 20년, 미성년 시절의 어둠에 가려지다
조진웅 씨는 그 누구보다 성실한 연기 활동으로 대중의 신뢰를 쌓아왔다. 수많은 작품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그의 이름은 곧 '작품의 완성도'를 의미하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최근 그가 고교 시절 소년범으로 보호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가 쌓아 올린 20년 가까운 연기 경력은 거대한 파도 앞에 선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흔들렸다. 소속사는 미성년 시절의 잘못된 행동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의혹 등 일부 내용은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조진웅 씨는 결국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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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시그널'(2016) 주연 배우 조진웅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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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 2023년 10월 25일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 및 청산리전투 전승 103주년 기념식에서 배우 조진웅(왼쪽)이 묵념하고 있다. 2023.10.25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자료사진]
- '마땅한 책임'과 '갱생'을 둘러싼 사회의 시험
그의 은퇴 선언은 "이것이 저의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는 문장에서 볼 수 있듯, 스스로 내린 가장 무거운 처벌이었다. 대중은 그의 빠른 결단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이미 성공한 후에 드러난 과거는 용서받기 어렵다'는 냉정한 여론을 동시에 쏟아냈다. 여기서 우리 사회가 마주한 딜레마가 드러난다.
우리는 죄를 짓고 처벌을 받은 사람의 '갱생'을 인정할 용기가 있는가? 수십 년 전의 잘못이라 할지라도, 그가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인이라면, 과거의 실수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낙인이 되는가? 그의 은퇴는 단순히 한 배우의 경력 단절을 넘어, 우리 사회의 도덕적 잣대와 용서의 한계치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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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추모식 참석한 유해 봉환 특사단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특사단이 2021년 8월 14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홍범도 장군 묘역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1.8.14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그널의 '두 번째' 울림은?
배우 조진웅의 은퇴로 인해 그가 출연 예정이던 tvN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 등 제작 중이거나 촬영을 마친 작품들의 운명 또한 불투명해졌다. 이는 개인의 문제로 인해 함께 땀 흘린 수많은 동료와 제작진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배우 조진웅은 무대와 스크린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다. 그의 '하루아침에 뒤집힌 인생'은 개인의 영광과 몰락을 넘어, 우리 사회가 공인의 과거를 대하는 기준과, 처벌 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오래도록 씁쓸한 '시그널'을 보내게 될 것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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