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돌아온 겨울 독감 시즌…'4가 백신' 아니어도 될까
정부, 올해부터는 3가 백신 권고…"4가에 포함된 바이러스 장기간 미검출"
3가 백신 가격도 천차만별…"국산과 수입산 간 효과 차이 없어"
예방효과는 성인 기준 70~90%…코로나19 백신과 동시접종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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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접종합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독감 4가 백신이 커버되는 게 더 많다던데 또 3가로 충분하다는 말도 있고요. 도대체 어느 말이 맞나요?", "저는 4가를 맞았는데 돈 낭비한 걸까요?"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시즌인 겨울을 앞두고 온라인상에선 독감 백신 가운데 3가와 4가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를 묻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4가 백신이 가격은 3가보다 높지만 예방하는 바이러스 유형의 범위가 더 넓어 어떤 백신을 선택할지에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나아가 국내외 보건당국이 지난해까지 4가 백신의 접종을 권했다가 올해(2025~2026절기)부터 국가예방접종 사용 백신을 3가로 전환한 점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런 이유로 3가 백신 접종만으로 충분한지, 돈을 더 주더라도 4가 백신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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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독감 백신 3가와 4가 뭐가 다를까…4가는 B형 2종 항원 포함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호흡기 질환으로, 발열, 기침, 두통, 근육통, 콧물,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통해 전파된다. 실내 활동은 늘고 환기 횟수는 줄어드는 겨울철에 일반적으로 호흡기 점막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독감이 더 유행하는 경향이 있다.
매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0%가 감염되는데 국내에선 통상 11~4월 사이 유행한다. 올해엔 질병관리청이 지난 17일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특히 어린이나 노년층, 만성질환자 등에서는 기저 질환 악화와 합병증 등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는 6개월~13세, 임신부,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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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접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조합해서 만들며, 3가 백신과 4가 백신의 가장 큰 차이는 바이러스 개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형과 B형으로 나뉘며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바이러스 1종(빅토리아)을 포함한다. 4가 백신은 3가 백신에 B형 1종(야마가타)이 추가된 형태다.
4가 백신이 방어하는 바이러스 종류가 더 많다는 의미다.
WHO는 매년 2월과 9월에 2회 협의 및 정보회의를 열어 각각 북반구와 남반구의 바이러스 예측 결과를 공포하며 이에 따라 백신 조합이 새롭게 구성된다.
WHO는 3가 백신을 접종했어도 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B형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독감에 걸리는 '백신 미스매치' 사례가 늘어나자 2013년부터 4가 백신의 접종을 권장했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2020년부터 4가 백신으로 국가예방접종이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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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3가 백신과 4가 백신의 구성 비교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올해 권고 백신은 왜 4가 아닌 3가?…"야마가타형 장기간 미검출로 3가로 충분"
정부는 그러나 올해부터 국가예방접종 백신을 기존 4가에서 3가로 전환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장기간 미검출돼 WHO가 야먀가타 바이러스를 제외한 3가 백신으로 전환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9년 7월 이후, 국외서는 2020년 3월 이후 야마가타형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
'네이처'와 '랜싯 마이크로브' 등 해외 학술지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당시 강도 높은 방역 조치로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사실상 소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야마가타가 원래도 다른 B형인 빅토리아보다 전파력이 약했던 탓도 있다.
따라서 3가 백신만 접종해도 4가 백신을 접종했을 때와 효과 측면에서 차이가 없게 된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3가 전환을 알리는 자료에서 "4가 백신과 3가 백신의 면역원성 결과, A형 및 B형에 대해 유사한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안정성과 관련해서도 "4가 백신과 3가 백신의 국소 및 전신적 이상 반응에 대해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도 지난해부터 3가 백신으로 전환했고, 일본, 대만, 영국 등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전환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탁 감염내과 교수는 "(3가 백신 전환을 두고)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유행에 따른 과학적인 평가와 검증을 통해 4가 백신을 굳이 맞을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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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 및 기간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4가 백신은 찾기도 어려운 상황…3가 가격도 천차만별
전 세계적으로 4가 백신이 불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현재 병원에서는 4가 백신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4가 백신 생산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연합뉴스가 지난 11~12일 서울과 경기 지역 병원 10여곳에 전화 문의한 결과, 모두 3가 백신만 있다고 안내했다.
온라인상에서는 4가 백신의 가격이 더 높고, 구하기 어려운데도 일부러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백신이 있는 곳을 찾았다는 후기도 있다.
3가 백신의 경우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라서 어느 곳에서 맞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3가 백신의 접종 가격대는 대체로 1만원 이하부터 4만원대까지로 형성돼 있으며 같은 3가 백신이어도 국산과 수입산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곳도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런 가격을 놓고 작년보다 올랐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3가 백신을 맞은 한 40대 직장인은 "작년에 4가를 4만원 주고 맞았는데 올해는 3가를 같은 가격에 맞았다"면서 "4가가 부족해지자 3가 가격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동네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티 가입자들은 접종비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기 위해 주변 병원의 백신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백신 등 주사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으나 3가 백신은 해당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3월 고시에 따라 진료비 공개 항목이 결정되는데 3가 전환이 뒤늦게 이뤄져 현재는 4가만 공개되고 있어서다.
'나만의닥터' 등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병원별 백신 가격을 확인할 수 있으나 전화로 가격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병원도 많다.
다만 굳이 외산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탁 교수는 "지금 개발된 백신들은 효과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면서 "어느 회사나 제품을 따지기보다 무엇이든 맞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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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병원에 붙은 인플루엔자 접종 안내 포스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독감 백신 효과는?…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해도 되나
독감 백신의 감염 예방률은 얼마나 될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독감은 70~90% 예방 효과가 있다.
집단 면역 형성으로 감염 노출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해도 되나.
질병관리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동시 접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면서 동시 접종 시 각각 다른 부위에 접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이 2023년 9월 발표한 '2023~2024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 추진계획'에 따르면 동시 접종 시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국내외 연구가 지속적으로 확인됐으며 미국 등 해외 주요국도 동시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외 연구에서 두 백신을 분리 접종한 집단과 코로나19 백신을 단독 접종한 집단에서 생성되는 면역 수준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한 동시 접종한 집단의 이상 반응은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의 전신반응이었으며 국소 이상 반응은 주사부위 통증(83%)이 대부분이었다.
WHO는 2021년 이후 매년 동절기 기간에 동시 접종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근거로 접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각 국가에 동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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