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 장관 ‘의견제시’인가, 사실상 ‘지휘’였나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판결의 여진이 거세다. 핵심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됐지만, 정작 국민의 시선은 ‘법정’보다 ‘검찰청사’로 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려 했다는 논란 때문이다.
항소 여부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다. 권력형 비리 수사의 방향과 사법정의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신호’다. 그런데 이번엔 검찰의 판단이 아닌 법무부 장관의 의중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물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휘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불필요한 항소로 국민 피로를 키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식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하지만, 이런 의견 제시가 과연 단순한 조언일까? 상명하복 구조의 검찰에서 법무부장관의 한마디는 곧 지시나 다름없다.
정진우 중앙지검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직 내부에서는 “지검장이 소신껏 항소를 추진하려다 제동이 걸렸다”는 말이 파다하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검찰 독립의 원칙을 흔드는 중대한 일이다.
법무부가 아무리 ‘의견일 뿐’이라 해명해도 국민이 받아들이는 뉘앙스는 다르다. 정치적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 장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느낌이 들면, 그 자체로 신뢰가 무너진다.
대장동 사건은 이미 권력과 사법의 경계를 흔들어놓은 초대형 비리였다. 이제 항소 포기 논란까지 더해지며, 그 불신은 법무부에서 대통령실까지 옮겨붙고 있다.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의 ‘의견’이 검찰의 ‘결정’을 대신하는 순간, 사법정의는 무너진다. 그때 국민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이 나라의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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